한겨울 2월 휴일의 끝자락.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대천해수욕장으로 나왔다. 남들은 가족과 연인과 대천해수욕장에 왔는데 나는 뭐하러 여길 왔을까. 나도 행복을 찾고 싶은걸까. 겨울 서해안 방파제 낚시를 떠날까 하다가 대천해수욕장에 먼저 들러 본다.
세상에나. 도다리 낚시하겠다고 낚시꾼들이 짚라인 앞에 줄을 섰네. 내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저 긴 해수욕장 라인에 설마 나 하나 자리할 공간이 없을라구. 짚라인 앞에서 해수욕장 방향을 바라보고 자리를 잡는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심술을 부릴 것만 같은 하늘을 바다는 그저 안아주고 있었다. 칭얼거리며 엄마 치맛자락에 매달러 우는 어린 구름들을 바다는 말없이 쓰다듬어 주고 있다.
갈매기들이 떼지어 날으며 새우깡 찾아 울어대고 파도는 해변의 자갈들 사이에서 노래한다. 뒤쪽 짚라인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광활한 백사장에서는 4륜 오토바이가 굉음을 낸다. 이토록 시끄러운 2월의 휴일. 딱 하나 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도다리 낚시꾼들의 기쁨에 찬 환호성이다.
대천해수욕장은 백사장과 상가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거저거 사먹기 딱 좋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왔다. 뜨거운 커피 한 모금에 심장이 요동친다. 도다리도 이런 느낌이겠지. 무심코 길을 걷다가 꼼틀거리는 갯지렁이를 봤을 때의 그 희열감.
들물이 시작되면서 낚시대를 점점 뒤쪽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나는 물에 밀려 뒤로 올라가지만 던져놓은 추는 그 자리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유리한거지. 이렇게 생각하며 혼자서 감정을 다스려본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도다리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곳이 녀석들 지나다니는 길목이 아닌가? 아니면 갯지렁이들을 하도 봐서 이젠 감흥이 없나? 혹시 도다리 정부에서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라고 해서 물지를 못하는건가? 뭔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아침 일찍 나왔던 조사님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뜬다. 오늘은 도다리 낚시 틀렸다고 생각하나 보다. 나도 밀려드는 물살에 못 이긴척 자리를 정리하고 죽도 방파제로 이동한다.
겨울 서해안 방파제 낚시는 역시 죽도 방파제다. 그런데 죽도 방파제에 손님이 없다. 요즘 도다리 출몰 횟수가 줄어드니까 도다리 낚시 오시는 분들도 확연히 줄었나 보다.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캐스팅을 한다. 도다리가 모여 있을만한 곳 바로 근처로 떨어지겠지. 이 녀석들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달려들겠지. 상상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죽도 관광지 입구에 죽도 슈퍼가 있다. 낚시가게도 겸하고 있어서 낚시하다가 필요한 것 있으면 신나게 뛰어가면 된다. 겨울의 끝자락 2월인데도 손님들이 죽도 관광지에 계속 온다. 그래 너로 정했어. 뜨거운 TOP. 내 식어가는 심장을 다시 뜨겁게 해주렴. 이 느낌이 모래밭에 뒹구는도다리에게도 전해져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오시는 여행객들이 모두 다 나에게 다가와 물어 본다. 여기 뭐 나와요? 입질 있어요? 몇 마리 잡았어요? 요즘은 무슨 고기가 잡혀요? 대답하기가 민망하다. 뭘 잡았어야 이야기를 해줄텐데 말이다. 다행인건 새로운 낚시객들이 도착했다. 시선들이 분산되겠지. 설마 나한테 또 물어보겠나.
밀물에 점점 위로 이동한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모두 떠나자 고요 속에 오로지 선착장에 파도 부딪히는 소리만 남았다. 방파제 선착장 끝에서는 커다란 파도 소리가 방파제 입구 테트라포트 근처에서는 찰랑거리는 소리가 대조적이다. 이런 소리가 화음으로 들리는 걸 보니 오늘 올 겨울 서해안의 방파제에서의 도다리 낚시는 꽝인가 보다.
'낚시대 하나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마지막 날, 서해안 홍원항 방파제 낚시 (0) | 2021.02.28 |
---|---|
2월 서해안 방파제 낚시. 무창포 방파제 (0) | 2021.02.20 |
서해안 2월 무창포 방파제 낚시 (2) | 2021.02.13 |
겨울 2월 서해안 홍원항 방파제 낚시 (0) | 2021.02.07 |
서해안 겨울 2월 죽도 도다리 낚시 (0) | 2021.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