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한창이어야 할 서해안은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다. 휴일을 맞아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특히 어린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너무 정겹다. 서해안에 2월을 맞아 무창포 방파제 낚시를 간다.
오늘은 간조가 11시 이다. 8물이고 물이 엄청 빠지는 날이다. 남포방파제 죽도에 밀조개 캐러 가시는 분들 신나게 작업중이시겠네. 방파제 낚시는 이런 간조 시간에 가봐야 의미 없고 최소한 두시간 정도 지난 후에 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래서 도착시간도 점심 이후 1시 넘어 도착했다.
방파제 입구 돌 무더기에 많은 아이들이 몰려있다. 장화를 신고 손에는 삽을 들고 그리고 작은 양동이를 들었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온 폼새다. 무엇을 잡고 있는지 모두 표정이 엄청 심각하다. 특히 방파제 석축 쪽으로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다. 뭐가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웃음과 재미 그리고 사랑이 석축 돌틈에 가득 숨어 있겠지.
오늘은 무창포항 빨간 등대에는 낚시 하시는 손님이 없네. 건너 하얀 등대 끝에는 벌써 한무리의 낚시꾼들이 포진을 완료한 상태다. 아무래도 흰등대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다. 그쪽이 더 외항이니까.
2월의 겨울. 햇살마저 잔잔한 바다에 도다리 낚시를 위해 낚시대 두 대를 드리워 놓았다. 도다리들이 모래밭을 유유히 헤엄치며 돌아 다니겠지.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마저 조용한걸보니 아직 물이 움직이는 타이밍이 아닌가 보다. 바다에 주단을 깐 듯 정말 잔잔하다. 바람도 없고 초리대 흔들리는 소리도 없고.
지나치시던 아저씨께서 나 들으라고 하시는지 아내분에게 한마디 하고 가신다. "이렇게 물살이 잔잔하면 낚시가 안되는겨". 아내분 말씀이 "그러면 뭐하러 저기 앉아 있어?"라고 대답하신다. 듣고나니 뭔가 찜찜하다. 음... 뭘 잡으려고 하기보다 따뜻한 햇살이 좋아서 나왔는데, 잡히면 좋은 것이고 못잡아도 햇살 가득한 바다를 나왔으니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부부가 2월의 겨울에 무창포 방파제에 여행 오셨듯 나도 지금 한가로이 여행중이다. 혼잣말을 했네.
무창포 방파제에서 해수욕장 방향을 바라보니 약한 해무가 드리워져 있다. 무창포 해수욕장 전망대와 비체팰리스 리조트가 보인다. 해변을 한가로이 거든 관광객들의 웃음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로 바다는 고요하다.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해무가 아니고 미세먼지란다. 오늘 충청지방은 미세먼지 나쁨이었단다. 마스크 쓰고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겨울철 중의 2월인데도 무창포 방파제 흰 등대쪽은 손님들이 더 늘어났다. 테트라포트 아래에서 구멍치기 하시는 분들과 위쪽에서 도다리 낚시하러 원투 던져놓으신 분들이 점점 늘어났다. 해변을 걷는 것도 여행이고 겨울철 무창포 방파제에 구경 나오는 것도 여행이고 도다리 낚시대 던져놓고 햇살 맞는 것도 여행이다. 반대편 빨간 등대에서 사진 찍는 것도 여행 중에 할 수 있는 취미다.
점심 겸 꼬르륵 거리는 배를 채워주러 간다. 무창포항 수산시장 입구에 포장마차가 있는데 꽈배기랑 핫도그 맛집이다. 그냥 꽈배기가 아니고 이가 꽈배기란다. 그리고 핫도그는 연잎으로 만들었단다. 이곳 무창포 방파제 낚시를 오면 으례 포장마차에서 이가 꽈배기를 먹거나 연잎 핫도그 하나를 선택한다. 어쩌면 연잎 핫도그 먹으러 무창포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꽤배기 하나 들고서 해변가에 있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이가 꽈배기와 커피 한 잔의 궁합이란. 뻑적지근한 회 한상차림도 좋지만 이가 꽈배기나 연잎 핫도그 그리고 커피 한 잔 들고서 해변 앞 벤치에서 햇살을 느껴보는 것도 추억이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시간들이 추억이다.
해변에서 여유를 부리다 다시 돌아오니 도다리 낚시 손님들이 엄청 늘었다. 대부분 점심들 해결하고 만조시간 맞춰서 왔을 것이다. 도다리들도 빨리 와서 우리랑 같이 놀았으면 좋겠는데 동작이 늦은 도다리가 있나보네. 괜찮다 얘들아. 기다릴께 천천히 오렴. 지렁이도 아기 도다리들 기다릴 수 있다고 걱정마라며 꼬물거린다.
그 후로도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런 입질이 없다. 도다리들을 기다리던 갯지렁이들도 시무룩해져 있다. 기다림이란 지루한거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도다리 낚시는 접어두고 무창포 해수욕장 구경이나 하자. 바닷가 거닐며 여행객 흉내를 내본다. 갈매기들 울음 소리와 커피 향 내음 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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