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휴일인데 모처럼 날씨가 좋다. 오늘 좀 물때인데도 집에 홀로 지내기 쓸쓸해서 서해안 방파제 낚시를 나섰다. 뭐니뭐니 해도 무창포 방파제가 최고 아닌가.
무창포 해수욕장 입구 슈퍼에 들러 일단 갯지렁이를 산다. 요즘 어디서 나오냐고 물으니 포인트 싸움이란다. 특히 구멍치기가 효과 있다며 알려주신다. 이왕이면 흰등대쪽이 더 낫다는데 테트라포트는 위험하기도 하고 타기 싫어서 빨간등대의 방파제 석축을 공략할 생각으로 방향을 잡았다.
무창포 방파제는 여전히 평화롭다. 갈매기 소리 배들이 서로 아웅다웅하는 소리 그리고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먼저 와 겨신 조사님들께 물으니 캐스팅 한지 30분 정도 되었다는데 아직은 입질이 없다 하신다. 그러면 나는 더 깊이 들어가야지. 어? 오늘은 조금 인데도 물살이 만만치 않다. 바다가 화가 잔뜩 난 모양이다. 누가 이 푸른 바다를 잿빛으로 만들고 파도로 겁을 주게 하는건가.
중간 쯤 자리를 잡으려하자 빨간 등대쪽 끝에 계시던 분께서 나를 손짓하며 부르신다. "이왕이면 여기서 하셔요." 내가 이곳이 더 낳나요? 하고 물으니 "내가 여기서 20년은 한거 같은데 지금 거기는 거의 안나와요.여기서 멀리도 말고 30 미터만 던져봐요. 뱃길 고랑 근처에 도다리랑 우럭들 있을거요."라고 말씀해 주신다. 눈 대중으로 30미터를 보니 너무 가까운뎨? 배가 지나다니는 길은 아닌 듯.. 최소 50 미터는 던져야 겠군 .
아. 팔랑귀. 이왕이면 도다리랑 우럭 가능성이 있는 곳에다 던져보자. 얼른 장비를 추스려서 말씀해 주신 곳으로 옮긴다. 낚시대 두 대를 펼쳐 멀리도 말고 50 미터 정도만 던져 놓는다. 뱃길 고랑에 쏙 들어가라. 우럭들이 지나 가다가 한입에 꿀꺽 삼켜라.
초릿대가 살살 움직인다. 물살 따라 추가 움직이나 보다. 리듬감있게 움직이는 초릿대를 보니 웬지 느낌이 좋다. 우럭만 올라오면 된다. 도다리도 좋고.
12시가 되니 우럭 보다 내 위장이 먼저 배고프다 하네. 그래 알았어. 핫도그 먹고 싶다는 거지? 무창포 방파제 오면 항상 맛보는 이가 꽈배기와 연잎 핫도그. 무창포 수산시장 앞 포장마차로 간다. 사장님 께서는 연잎 핫도그 설명에 심혈을 기울이신다. "연잎 가루를 반죽에 넣었어요. 그리고 소세지도 엄청 큰 거쥬." 알죠. 그 맛을 아니까 또 왔죠.
들어오는 입구에 GS25가 있다. 커피 한 잔 뜨겁게 뽑아서 연잎 핫도그랑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다. 솔직히 이거 연잎 핫도그에 뜨거운 커피 먹으러 낚시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서해안 방파제 중에 무창포 방파제는 무창포 해수욕장과 바로 붙어 있어서 낚시 겸 여행 겸 모든 것이 가능하다. 특히 모래사장 근처에 야외 테이블이 있어서 가볍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초릿대가 갑자기 긴 팔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오랫만에 초릿대가 자기 역할을 하네. 끌어 당기는데 묵직하다. 우럭이냐? 대답을 안한다. 그럼 망둥어냐? 그냥 조용히 끌러오네. 망둥어 큰 녀석이다. 어쩐지 무겁더라니. 사이즈가 꽤 크다. 얼른 봐도 명태보다 더 크다. 서해안 방파제에서 이렇게 큰 사이즈의 망둥어는 처음이다. 도다리가 이정도 사이즈였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방파제에 마침 구경 오셨던 가족이 몰려 들었다. 아이들은 뭐냐고 묻고, 만지지도 못하면서 소리 지르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망둥어 이 녀석이라도 하나 잡아서 체면치레 했다. 모처럼 먼 곳으로 놀러 온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추억을 하나 안겨 주었네. 얼른 보니 아이들 아빠가 더 신났다. 고기 설명해 줘야지, 사진 찍어야지 정신이 없다. 즐거운 여행의 기억으로 남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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