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한창인 2월. 서해안 홍원항 방파제 낚시를 간다. 주말 아침인데 안개가 자욱해서 천천히 움직였다. 우럭과 놀래미들이 이 겨울에 얼굴을 보여줄까. 작은 기대가 앞선다.
방파제 입구에서 바라본 겨울철 2월의 홍원항 낚시 데크는 안개 속에서 느긋하게 낚시꾼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진 바람이 불어도 해일같은 파도가 밀려와도 너는 항상 여기에 서 있구나. 여러 발의 지네 다리로 바닥에 버티고 선채로 서해안의 저 바다를 바라보며 웅장히 자리한 홍원항 낚시 데크.
먼저 오신 분께 여쭈니 아침에 대천해수욕장에서 도다리 낚시하다가 바람 때문에 이쪽으로 왔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안개는 자욱한데 바람은 별로 없다. 낚시 데크 아래로 우럭과 놀래미들이 지나 다니고 있겠네. 테트라포트에 몸을 숨기며 호시탐탐 먹잇감이 보이기를 지켜보고 있을거야. 그래서 겨울에는 구멍치기 하는 거잖아.
겨울이 한창인 2월의 홍원항 방파제에는 낚시 데크가 거의 비어있다. 너무 일찍 왔나? 먼저 오신 분은 바다를 보고 캐스팅하고 나는 바람을 등지고 테트라포트 쪽으로 던져 놓는다. 누가 뭘 잡을지는 모르지만 고기가 입맛 다셔가며 맘에 드는 갯지렁이 물겠지. 구멍치기 한다는 기분으로 테트라포트를 향해 맛난 갯지렁이들을 내려놓았다.
2월이 한창인 겨울. 홍원항 방파제 낚시의 서막인가. 초릿대가 신나게 춤을 춘다. 여기 봐라 여기 봐라 하면서 오랫만에 흥겨운 춤을 춘다. 끌려오는 느낌이 왠지 좋다. 이런.. 불가사리가 달려있네. 그리고 초등학교 다니는 애럭도 같이 매달려 나왔다. 학교에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가정통신문 쥐어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초릿대 끝이 미세하게 떨길래 또 불가사리인가 싶었다. 그냥 놔둘까 하다가 정리할 겸 들어 오렸더니 뭔가 달려있다. 배도라치 새끼인가? 두번째 손님이다. 이 동네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나 보네. 애들이 자꾸 출몰하는 걸 보니 초등학교 학군인가 보다.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든가 해야지 원.
이번예도 기대감을 가지고 릴링을 했다. 웬걸. 또 아그네. 이 동네 진짜 초등학교 학군인가 보다. 성품이 너그러운 나는 저 녀석을 방생해 준다. 너희 학교 돌아가서 교문 앞에 무서운 아저씨 있으니 나가지 마라고 전해라. 캐스팅 후 1분만에 또 초리대가 부르르 떨었다. 설마. 방금 그 녀석이? 진짜다. 방금 초등학교로 돌려보낸 녀석이 또 달려 나왔다. 너 비행 청소년이지? 학교 안가고 교문 근처에서 뭐하는거야?
방파제를 나가서 위판장 옆 주차장으로 가면 튀김과 어묵을 파는 푸드 트럭이 있다. 차가운 바람을 이겨 내느라 고생한 내 늙어가는 몸을 위해 뜨끈한 오뎅국 한 컵을 선물한다. 배가 고파서 그런건지 추위에 떨어서 그런건지 위장이 어묵 국물을 엄청 반가워 한다. 핫도그 하나 야무지게 베어물고 점심 해결. 이제부터 2차전에 돌입한다.
물때가 바뀌었다, 만조가 끝나고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돌아간 녀석은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나 보다. 대신 학교로 들어가 교장선생님께 나의 존재를 알렸고 그 즉시 학교는 폐쇄되었다. 한동안 교문 밖으로 한 녀석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허무한 일이.
안겠다. 초등학교 학군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몇 발자국 옮겼다. 여기는 직장인들 모여있는 증권가쯤 되려나? 얼마 지나지 않아 초리대가 나를 급하게 부른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니 제법 씨알 굵은 놀래미가 올라왔다. 옳거니. 겨울 방파제 낚시에 놀래미 한 수 했네. 마음씨 넉넉한 나는 이 녀석도 사진 한장 찍고 바다로 보내준다. 용왕님이 나의 선행을 지켜보고 계실거야.
놀미가 또 하나 올라왔다. 사이즈가 점점 커지는 걸 보니 여기는 대학가 먹거리 골목인가 보다. 젊은 친구들이 자꾸 걸리는걸 보니 말이다. 요즘 코로나로 대학가 먹자 골목이 썰렁할텐데 이곳 홍원항 방파제는 아직 코로나 영향이 별로 없나 보다. 용왕님 보고 계시죠? 또 돌려 보낼께요.
조금 더 하다가 낚시대를 접었다. 이 정도면 손 맛은 충분히 봤다. 겨울철 2월에 서해안 홍원항 방파제에서 비록 씨알 좋은 우럭은 못잡았지만 놀래미는 충분히 손 맛 봤으니 만족한다. 그럼 그 다음은 뭐다? 맛난 회를 떠가야지. 방파제 입구부터 수산물 시장과 건어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그냥 구경만 하는 것도 재미다. 난 무조건 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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