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낚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바람이 불어 온도도 떨어지는 날씨라 집에서 뒹굴거릴까 했는데 웬걸 서서히 비가 개이네. 점심 이후면 비가 개일 것 같은 생각에 무창포 방파제를 떠올린다. 주말인데 3월 서해안 방파제 낚시를 떠나볼까. 무창포 방파제로 가는 길에도 여전히 비가 흩뿌리고 있지만 곧 개일 것 같아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예상외로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분명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해수욕장에 여행객이 없을 줄 알았는데? 3월 낚시 시즌이 시작 되었나 보다. 저번주 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주차장이 꽉 들어차 있다. 우럭 낚시가 시작 되었는지 전국의 조사님들이 무창포항으로 모였네. 겨우 주차를 하고 빨간등대로 들어가 본다. 3월 중순인데 벌써부터 주차장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이건 또 뭐지? 빨간등대 방파제 계단 앞에서 잠수복장을 입으신 분들이 잠수를 하고 있네. 설마 전복잡는 것은 아닐거구 뭐하는 거지? 요란한 드릴소리 그리고 휴대용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다. 무슨 고정 작업을 하는 듯 하다. 일하고 있는데 저 방향으로는 낚시대를 던질 수가 없네. 잠수하시는 분들과 얽히면 서로 짜증이니까 캐스팅 장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한다.
3월 서해안 방파제는 예상대로 바람이 차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고 갈매기는 오늘도 활기차다. 파도는 웅장하게 달려와 방파제를 힘껏 후려 갈기고 돌아간다. 햇빛 없는 바다에 지렁이들을 던져놓고 초리대를 살짝 기울여 놓는다. 바다를 향해 가볍게 목례 인사를 올리고 있는 초리대를 보면서 웬지 모를 미안함이 든다. 너는 무엇을 잘못했길래 바다를 향해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는거니.
두 가족이 낚시를 즐기러 왔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낚시대를 잡아보고 크게 소리지른다. 조그만 행동에도 작은 변화에도 아빠를 마구 부르며 텐션이 한껏 올라가 있네. 인간에게는 사냥이나 수렵에 대한 DNA가 있나보다. 태고적부터 인류의 조상이 겪어왔던 삶의 방식이 우리의 세포 속에 각인되어 남아있나 보다. 아빠가 참 대단하다. 아이의 즐거움과 텐션을 다 받아주고 있다.
아직 오후 세시도 되지 않았는데 낚시배들이 계속 들어온다. 평상시 같으면 세시 반에서 네시 반 사이에 들어 오는데 오늘은 유난히 일찍 들어온다는 생각이 든다. 답은 뻔할 듯. 수온이 낮아져서 생각보다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그도 그럴것이 하루종일 비온다고 했는데 잡히면 그게 더 신기한거지. 낚시배도 저 상황인데 방파제 낚시도 어찌될지 대충 예상이 된다.
바로 앞 하얀등대에도 조사님들이 오셨다가 금새 일어나신다. 구멍치기도 별거 없나보다. 하얀등대가 저리 외롭게 서 있는 것을 참 오랫만에 본다. 우럭과 놀래미 등쌀에 테트라포트가 하루도 편하게 물살을 즐기지 못했을텐데 오늘 만큼은 자유 시간이다. 구름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우럭의 간지러움 없는 놀래미의 성가심 없는 온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나 보다. 오랫만에 주름살 펴겠네.
낚시배가 도착하면 하선하는 곳이다. 선장님들이 마이크 잡고 방송으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이곳까지 들리는데 대부분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거의 이런 멘트다. 예상만큼의 수확이 없었나 보다. 낚시배에서 내리는 조사님들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잖아요. 오랫만에 바다 나오셨을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대하시면 되죠.
사실 오늘은 방파제 낚시도 별로입니다. 내 뒤쪽으로 한 가족이 또 오셨는데 30분도 안되어서 그냥 철수하셨다. 내일은 바람도 엄청 분다는데 내일도 의미 없을 듯. 3월의 서해안 방파제 낚시가 주말마다 아직은 아닌 듯 합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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