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온다는 소식이 있다. 낚시꾼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주말을 기다렸는데 하필 주말에 비가 오나.
10시가 넘었는데 추위가 심하지 않아 버틸만 하다. 벌써 먼저 오신 조사님들이 자리를 잡고 계신다. 3월 서해안 방파제에도 이제는 밤낚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수온이 좀 올랐으면 좋겠네. 모래 바닥이니까 도다리를 주로 공략할 예정이다. 뱃고랑 근처니까 우럭도 지나가다가 덥석 물어주면 좋고.
어둠이 켜켜히 쌓여 있다. 어제 보다도 더 묵직한 어둠이다. 어둠은 소리없이 온 천하를 짓누르고 세상은 어둠의 기세에 그저 말없이 잠 잘 준비를 한다. 그런데 여기 어둠을 거스르는 낚시꾼이 있다.
3월 서해안 방파제에 나타나 어둠을 향해 낚시대를 휘둘렀다. 어둠을 뚫고 지렁이가 하늘로 솓구쳤다. 어둠의 한 구석 어디인가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끝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초리대는 말없이 지렁이와 손을 잡고 소통하고 있으니까.
파도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서해바다 끝 어디쯤에서 이곳 무창포 방파제까지 먼 길을 달려와 자신의 흔적 하나 남기고 싶겠지. 그런데도 아무런 반항조차 없이 돌아서는 파도의 마음은 순결함 그 자체다. 덕분에 나는 마음의 소리를 온연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건너편 흰등대에도 조사님들이 원투를 하고 계신다. 모래바닥 여기저기에 돌 틈 사이사이에 지렁이들을 침투시켜 놓았네. 특공대로 적진 깊숙히 침투한 갯지렁이들이 일당백의 기백으로 우럭들을 유혹해야 할텐데. 아직은 적군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 발견과 동시에 선조치 후보고 할 것.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데 초리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움직임이 두어번 있은 후 본신이 왔다. 오늘의 첫 손님 망둥어다. 아니 근데 이녀석은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는지 날씬하다. 이왕이면 살찐 녀석이 좋은데 늘씬한 몸매를 가졌다. 어찌되었든 첫 수확을 했으니 기대가 된다.
무창포 해수욕장에 손님들이 많이 놀러 오셨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폭죽 터트리는 소리,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편안하다는 증거다. 일주일은 버겁고 길었으며 너무 힘들었으리라. 그 보상으로 마음의 휴가를 얻어 해수욕장에 왔으니 좋은 추억 만드시길. 나도 초리대 끝에 있는 캐미라이트 반향으로 3월 서해안 무창포 방파제에서 낚시 추억 만드리라.
들어올 때는 없었던 조사님들이 세팀이나 더 오셨다. 밤 기온이 많이 올랐나 보다. 수온만 더 올라와 준다면 한껏 여유로운 밤낚시를 즐길 수 있을것 같다.
지금 시간이 자정을 넘겼는데 여성 조사님 두 분이 오시더니 찌낚시를 하신다. 계단 아래까지 내려가서 바로 앞에 찌를 띄웠다. 이시간에 오신 걸 보니 열정이 대단 하시네.
오호. 찌낚시 하시다가 애럭 한 마리를 득템 하셨다. 조용히 수확물을 가지고 올라오셨네. 크지는 않지만 충분히 손 맛 보셨으리라. 얼굴 표정이 신남 그 자체다. 그렇지 이 맛에 낚시 하는거지. 잡은 사람의 희열과 의기양양함으로 인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우럭은 여전히 황당한 표정이다.
나도 한 마리 추가했다. 이런 또 망둥어네. 우럭은 안나오고 계속 망둥어만 나온다. 저 계단 아래 여성 조사님들은 웃어가면서 또 우럭 아이들을 한마리 더 잡았는데 나는 맨날 망둥어네. 이 글 쓰는 동안 아래 계시는 여성 조사님들 또 뭐 잡았네. 이동네 고기 몽땅 다 잡아가실 속셈인가봐.
이건 또 뭐니? 쏙 인거 같네. 원투 낚시로 이거 저거 막 나오네. 도다리 잡으러 왔는데 나는 왜 이상한 것들만 나오지? 흰 등대가 소란스러워 지는거 보니 저기도 잡았나 보네. 3월 방파제 밤낚시가 좀 이르기는 하지만 몇 마리 나오니까 재미는 있다. 밤낚시는 이래서 매력이 있어.
그 후로도 계속 망둥어만 잡아댔다. 우럭은 도데체 어디 간거야. 그래도 초리대 떠는 것 실컷 구경하고 간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다시 와야지. 그때는 망둥어 대신 우럭이랑 놀래미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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