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해안에 날씨가 오르니 낚시를 하고 싶어 졌다. 서해안의 방파제 중에 보령 무창포 방파제를 찾았다. 미세먼지 개인 파란 하늘이 예쁘다.
초원슈퍼는 무창포항 입구에 있다. 한 겨울에도 생갯지렁이를 판다. 구멍치기하는 손님들이 제법 온단다. 3월이 되었으니 서해안 방파제에도 고기들이 단체로 놀러왔겠네. 오늘은 큰 맘 먹고 지렁이 두개를 샀다. 우럭이랑 도다리랑 마구 잡아버릴거얌.
무창포 방파제 흰등대는 오랫만이다. 겨우내 도다리 잡겠다고 빨간등대만 찾았었는데 3월의 서해안이라 날씨가 따뜻해지고 바다 수온도 올랐을 터이므로 우럭 공략하러 왔다. 오늘은 흰등대다. 흰등대로 들어서는데 아직은 조사님들이 안오셨네. 물 들어오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그러나 보다.
바위와 모래 경계선으로 자리를 잡았다. 바위 쪽으로 던지는 것은 우럭을 노리는 것이라 지렁이를 한 마리씩 통째로 길게 달았다. 흰 등대를 기준으로 왼쪽은 모래 지형이라 도다리를 공략할 것이므로 지렁이를 바늘에서 2센티미터만 남기고 달았다.
던져놓고 사진 찍으려 하는데 왼쪽 낚시대의 초릿대가 움직였다. 누가봐도 물었다. 시작하자 마자 이게 웬 떡인가 하고 챔질을 했는데 늦었나 보다. 사진 찍는다고 옆으로 빠져 있다가 도다리 놓쳤네. 아쉽다. 또 오겠지. 이제 시작인데.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는 초리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뭐지? 도다리가 물었으면 신호가 확실한데 떨림이 수상하다. 내버려 둘까 하다가 들어 올려보니 딸려오는게 묵직하다. 느낌이 좋은데. 이런.. 불가사리가 달려있네. 이 넓은 바다에 오라는 도다리는 안오고 불가사리가 웬 말이람. 기분만 좋았다.
이번에는 오른쪽 바위 지형을 타겟으로 낚시대 하나를 따로 폈다. 혼자 덩그러니 놔두어서 미안하다. 그런데 너는 오로지 우럭만 꼬셔라. 비록 지금은 혼자라 외롭겠지만 네가 초릿대를 흔드는 순간 엄청 귀한 대접을 받으리라. 너를 믿는다.
모래에 던져놓은 초리대가 움직인다. 무게감이 장난 아니다. 팔꿈치를 허리에 붙여야 겨우 끌려온다. 그런데 떨림이 없네. 이거 혹시 또 불가사리 아냐? 내 슬픈 예감이 틀리질 않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끌려오네. 마지막에 들어 올리다가 한 마리는 빠져 나갔다. 잘가라. 그리고 너도 가라.
어느새 무창포 흰등대 방파제는 낚시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만조 시간대를 맞춰서 조사님들이 오셨네. 여기 저기서 우와 하는 탄성이 들려야 하는데 어째 조용하다. 테트라포트에 바닷물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내가 이 소리 들으러 여기 온 거 아닌데.
흰등대 방파제는 만수위가 되면 입구쪽이 잠긴다. 잠수교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한시간 정도 남았는데 저 정도 수위가 올라왔으면 잠길 수도 있겄네. 오랫만에 맨발 투혼 한번 해봐?
홀로 바다를 바라보던 녀석의 초릿대가 갑자기 움직였다. 역시 바위쪽 물이 좋구나. 부지런히 뛰어가 챔질을 했다. 산책 오셨던 분들도 초릿대 움직이는 것 보고 모여 들었다. 그래. 살아 움직이는 느낌. 이 느낌을 맛보러 낚시 하는거지. 앗. 바위에 걸렸나 보다. 끌려오다가 갑자기 멈춰 버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힘주어 당기니 바늘이 떨어졌네. 이런 낭패가 있나. 구경하던 사람들도 허망한 듯 말을 못하시네. 괜히 죄송스럽네.
오늘 왜 이러지? 잡았다 하면 불가사리네. 이번에도 두 마리다. 이러니 도다리가 물을 틈이 없잖아. 묶음추에 야광으로 큼지막하게 써 놓아야 겠다. "이거 도다리용임. 불가사리 접근 금지." 이 녀석들이 알아 먹을려나 모르겠네.
모래 바닥 위는 불가사리 때문에 안되겠다. 오른쪽에 바위가 모여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비 손실 각오하고 낚시대를 높게 세웠다. 새로운 싸움이 시작 되었다. 지렁이도 두 개나 사왔는데 그냥은 못간다. 이러다 노을 보겠네.
무창포 방파제
고요한 아침
섬과 구름 사이로
노을이 진다.
갈매기도 노을을 구경하느라
숨을 죽이고 있다.
낚시꾼은 오로지 초리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초리대가 움직인다.
그제서야 나는 심장이 뛴다.
낚시대를 낚아채는 손은
벌써부터 설레인다.
시간이 정지하고
파도가 멈추고
갈매기도 울지 않는다.
릴을 감는 동안
내가 느끼는 건 우주의 행복이다.
방파제 등대 뒤로
빠알간 노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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