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인데도 아침 기온은 그리 높지 않네. 서해안은 아침 기온이 그리 높지 않다. 낮에는 푸근해 진다더만. 간조 타이밍에 낚시도 하고 힐링도 할겸 대천해수욕장에 왔다. 멀리 던지지 못하니까 간조때 던져 놓고 물이 들어오면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전법을 택하리라. 그러면 처음 던져 놓은 곳이 나중에는 깊은 곳이 될 것이니까.
대천해수욕장에 해무가 짙게 끼었다. 짚드랙에서 바다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바다가 안개에 묻혀 있다. 안개 어쩌고 저쩌고 하면 고기 안나오는데 걱정이 먼저 앞서네. 이른 시간인데도 도다리 잡으러 자리잡은 조사님들이 여럿 있다. 저 빈틈에 끼어보자.
대부분의 조사님들이 도다리용 전문 낚시대에 샌드폴에 도다리 전용 채비를 갖추고 캐스팅을 했네. 부럽기는 하지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허름한 낚시대에 일반 3단 채비로 던지는 내가 더 많이 잡으면 되잖아. 희망 사항이 그렇다는 거다. 전문가들이 당연히 많이 잡겠지. 나야 뭐 잡아도 다 놔줄거니까.
솔직히 지금은 잡을 욕심이 없다. 던지는 거리도 짧을뿐 아니라 아직은 썰물이다. 곧 물이 바뀌니까 그때부터 기대를 해보자. 두 대를 펴고 허리를 빳빳이 세워 놓았다. 도다리가 물거든 재빨리 신호하라. 알겠지?
주위에 조사님들도 큰 기대 안하고 계신다.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 그런가 보다. 핸드폰 들여다 보시는 조사님들이 많다. 나도 힐링 겸 커피나 한 잔 뽑아와야 겠다.
이마트 24에 커피 한 잔 뽑으러 갔다가 바로 옆 집이 분식 가게 이길래 김밥도 하나 주문했다. 이걸로 점심까지 해결할 요량이다. 바닷가 최전선에서 낚시대 두 대 드리우고 파도소리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김밥 하나가 나에게 내어주는 봄 향기에 이런 것이 힐링이구나 싶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조사님들도 도다리 낚시에 나섰다. 아직은 멀리 던지지 못하지만 폼은 제법 그럴싸하다. 나이가 작다고 작은 도다리 잡는거 아니다. 누가 큰 도다리 잡을지는 모를 일이다. 힐링은 누구나 해도 된다.
초리대가 스멀스멀 움직인다. 조류가 오른 쪽으로 움직이나 보다. 라인이 모두 우향 우 하고 있다. 다시 초리대가 움직인다. 도다리 형상이 아니다. 파도 때문에 움직이는 모습도 아니다. 그럼 불가사리? 해변을 지나가시던 분들도 자꾸 초리대를 쳐다보며 움직인다. 움직인다. 뭐라 뭐라 하신다. 안꺼낼 수도 없고 가만히 놔둘 수도 없고 해서 릴링을 했다. 역시 불가사리다.
안개 덮인 바다
고요한 아침
안개 속으로 지렁이가 날아갔다.
어디쯤인지도 모를 곳으로
바닷가를 거닐던 연인은
모래 사장에 그들의 이름을 써놓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해변에 나온 철부지 아이는
부모 손을 놓고서 소리를 지르며
안개 속을 뛰어 다녔다.
갈매기는 해변에 닻을 내리고
근처만 서성일 뿐
안개 속을 날으려 하지 않았다.
태양도 구름 뒤로 숨고
파도마저 안개 속에 숨어서
어슬렁 거리기만 할 뿐
안개 속으로 날아갔던 지렁이는
지금은 누구와 마주하고 있을까.
그래도 잡으시는 조사님이 있다. 왼쪽에 계신 조사님이 말도 없이 조용히 잡으셨다. 안개가 많이 끼어 전체적으로 도다리 낚시 수확량이 적다. 아직 물이 한참 들어오는 때라 기다리신다고 한다. 만조 때가 진짜 타이밍 이라며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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