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심술인가. 휴일인데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 한다. 서해안과 강원 산간지역에 바람이 거셀 것이니 주의하라는 예보가 있다. 3월 서해안은 따뜻해진 봄바람을 기대하고 있는데 주말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창문 밖을 보니 봄 햇살이 따사롭다. 바람을 극복해보자. 무창포항으로 직진이다.
3월 중순이 지나가는데 무창포 방파제가 이리도 조용할 수가 있나. 흰등대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는데 바람만 가득하고 손님은 안보인다. 방파제로 들어서는 길에는 3월의 봄 햇살이 먼저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네. 심술궂은 바람만 아니라면 더없이 좋으련만.
3월 서해안은 현재 북풍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차갑다. 방파제 외항쪽 갯바위 모습이다. 먼바다에도 백파현상이 있는걸 보니 오늘은 바람과의 싸움이 될 듯 하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부서진다. 외항쪽으로는 던져봐야 고생만 할 것같다. 이런 날은 고기들도 내항쪽으로 피신하겠지.
지금쯤이면 이곳 무창포항에는 낚시배가 거의 없어야 하는데 모두 정박해있다. 풍랑주의보 때문에 출항을 못했나보다. 생각 잘한거지. 모처럼 낚시 즐기려 했던 조사님들은 서운하겠지만 기서코 바다 나갔다가 잘못되면 누구탓을 하리오. 안전이 우선이니 이해 하겠지.
그럼 그렇지. 낚시꾼이 바람 분다고 낚시를 안하나. 바람을 피해서 하면 되지. 흰등대 방파제 끝에 이르니 두 분이 낚시중이다. 원투 하나 내항쪽으로 던져놓고 테트라포트 내려가서 찌낚시 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 시간이 최고 간조 타이밍이라서 입질을 기대하기는 힘든 시간이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바람 쏘일 겸 던져 놓는 거지.
평상시에는 이곳을 사용하지 않는다. 흰등대 방파제 거의 끝부분에 있는 계단이다. 오늘은 외항쪽이 워낙 바람이 거세서 내항쪽으로 바람을 피하려고 이곳으로 왔다. 마침 낚시배들도 출항하지 않아서 부담이 없다. 낚시배 출항하는 때는 이곳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 말고도 외항 쪽으로 우럭이랑 놀래미 숨어있는 바위 고랑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이곳을 택한단 말인가. 여름철 밤낚시 할 때에는 박카스 병 두께만한 붕장어도 곧장 올라오는 곳이다. 여름철이 기대되네.
커피 하나 사려고 방파제를 벗어나 수산시장 방향으로 걸었다. 한 시간 전과 바람 세기가 사뭇 달라졌다. 걷는 것도 바람을 버텨야 할 만큼 바람이 강해졌다. 내항쪽 아래 계단에 있을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바람인데 방파제 바깥쪽으로 나오니까 실감이 난다. 이런 날 낚시하고 있는 내가 우습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3월의 완연한 봄 색깔이다. 아래에서 초리대를 올려보고 있자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 하늘이다. 저 초리대가 가만히 있는 것이 잘하는 짓이 아닐텐데 너무 얌전하다. 본인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을텐데 외면하고 있다. 그런데 참아준다. 아직은 이르다. 물 들어오기 시작한지 이제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으니 성질 좋은 내가 참는다. 조금 더 기다려 줄테니 네 할 일을 하도록.
물이 어지간히 들어왔으므로 석축 쪽을 공략해 보자. 우럭들이 외항을 피해 들어왔으면 석축 안에 숨겠지. 방향을 틀어 놓았으니 소식을 기다려 보자.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날씨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햇살이 있었으나 체감 온도가 계속 내려갔다. 수온도 차가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만조가 되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의미가 없어 보였다.
낚시대를 정리하면서 느낀거다. 바람 부는 날은 석축이나 테트라포트 안에 있는 고기도 입을 다문다. 코 앞에 지렁이를 줘도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런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하는 것이 최고다. 바람 쏘이러 바다에 왔지만 정말 바람만 맞고 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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