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힐링할만한 곳, 선릉과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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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서울 도심 힐링할만한 곳, 선릉과 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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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으로는 선정릉역으로 가도 된다. 그런데 2호선을 타고 선릉역에서 내리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입구가 2호선 방향에서 가는 것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9호선 선정릉역에서 내리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선릉과 정릉의 외곽을 한바퀴 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다. 그 길을 걷는 것마저 힐링일 수 있다. 서울에서 나무 숲을 보면서 걷는다는 그 자체가 힐링이다.

 

선릉과 정릉의 전체 모형도

선릉은 조선 9대 왕 성종과 성종의 세번째 왕비 정현왕후 윤씨의 능이다. 그리고 정릉은 조선 11대 왕인 중종의 능이다. 선릉은 1494년에 성종이 세상을 떠나자 현재의 자리에 조성하였고, 중종 25년에 정현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하나의 정자각을 두고 서로 다른 언덕에 왕릉과 비릉을 조성한 것이라 한다. 정릉은 1544년에 중종이 세상을 떠나자 장경왕후의 능인 고양 서삼릉 안의 희릉과 함께 조성하고 정릉이라 하였는데, 명종 17년에 중종의 능만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한다. 선릉과 정릉의 원찰은 봉은사이며 동북쪽으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봉은사를 둘러보고 난 후 이곳 선정릉으로 걸어와도 될만한 거리이다.

 

선릉과 정릉 종합 안내도

입구에서 종합 안내도를 볼 수 있다. 들어가자 마자 만나는 곳이 정릉이고 반대편에 선릉이 있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표를 사야 하는데 1,000원이다.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 힐링할 만한 곳을 들어가는데 적은 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좋았다. 역사를 배우는 곳이므로 무료였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관리하는 기본 비용이 필요하거나 입장하는 사람들이 기본 의식 자세가 필요해서 돈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정릉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제각

입구에서는 한 방향으로만 안내하는 표지가 있다. 사람들의 걷는 방향과 동일하게 걷다 보면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서 정릉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무덤 앞에까지만 갈 수 있고 위로는 올라가 볼 수 없다. 하긴 남의 묘를 봐서 무엇하리오. 힐링하러 와서 남의 묘를 기웃거리는 것도 예의는 아닐 터.

 

혼이 다닌 다는 향로와 임금이 걷는다는 어로
계단도 혼이 다니는 계단과 임금이 다니는 계단으로 구분되어 있다

 

길을 보면 향로와 어로로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향로는 제향을 지낼 때 혼령을 위한 향이 지나가는 길이라 한다. 그래서 일반 참배객은 향로를 걷지 말고 어로(임금님 길)를 걸어주시라는 안내문이 있다. 그리고 어로는 제향을 지내러 온 임금이 걷는 길이라 하며, 일반인은 이 길로 걸어달라고 한다. 또한, 계단도 마찬가지이다. 신계와 어계로 구분되어 있다. 신계는 혼이 지나다니는 계단인 것으로 보이고, 어계는 임금이 올라가는 계단으로 보인다. 제향을 지낼 때 혼이 드나드는 길을 별도로 만들어 받들어 모셨음을 알 수 있다.

 

나무 숲 사이로 걷는 오솔길

힐링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있는 것. 그 길을 조용히 걷는 것.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 역사가 말하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는 것. 이런 것을 힐링이라 하는가 보다.

 

묘역 옆으로 연결된 갈림길

선릉과 정릉 사이에는 갈림길이 꽤 많다. 모든 길은 연결되지만 갈림길을 마주하면 선택을 해야만 한다. 다행히 군데 군데에 화살표 방향으로 이동해 달라는 표지가 있다. 하지만 화살표 표시가 없는 길을 가보고 싶다. 정해진 방향으로만 간다면 내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생의 갈림길에 이쪽 방향으로 가라고 어디에 표지가 있단 말인가. 나는 내 길을 가고 싶다. 설령 그 길이 틀린 길이라 할 지라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다.

 

성종대왕의 계비 정현왕후 릉

이곳은 성종이 세번째 왕비인 정현왕후 윤씨의 능이다. 정자각 쪽에서 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 언덕에 성종의 능이 있고 오른쪽 언덕에 정현왕후의 능이 있다. 정현왕후는 원래 성종의 후궁이었는데 성종 11년에 왕비가 되었다. 1506년에는 배비의 자격으로 아들 진성대군을 왕으로 추대한 중종반정을 허락하기도 한 인물이다.

 

햇살이 푸근하게 덮어주는 선릉

아직은 차가운 겨울의 햇살이 머물고 있다. 봄이 저 언덕 너머 어디만큼 왔으련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분다. 겨울 바람을 물리치고 햇살이 머물러 있다. 선릉은 벌써 봄의 기운이 만연하다. 능을 조성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 햇살이 저리 잘들고 서울에 봄이 오자마자 가장 좋은 햇살을 맞이하는 곳이 되었다. 외롭고 쓸쓸한 묘역이 아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 걸어주고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조선시대 지관들이 찾아 내었다. 당시에도 이런 자리가 훗날 심심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는 곳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보호수가 된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너의 존재 이유

          고요한 아침

 

너는 500년을 거슬러

역사 속에 묻혀버린

봐서는 안될 것들을 보았겠구나

 

숨기고 싶은 역사의 뒷모습을

일일이 훔쳐 보았으니

사관들이 도끼로 참하였을만 한데

 

끝까지 버티며 살아 남아

나이테 깊은 곳에

비극의 진실을 감추었구나.

 

훗날 몸뚱이 썩어 문드러져

피가 거꾸로 쏟아지는 날

너에게서도 사리가 나오려나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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