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도심을 떠나 여유있게 즐기는 트래킹은 어지간한 체력만 있으면 할 만 하다. 산을 힘들게 오르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걸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길이 있으니 그 길을 차분히 따라 걷기만 하면 될 일이다. 충남에서 가볼만 한 곳 중에 보령에서 만나는 트래킹 코스가 있다. 옥마산을 한바퀴 돌아보는 코스인데 임도로 이어져 있어 편하다. 임도라는 것으로 보아 산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보령 임도 트래킹 코스는 그리 많지 않다. 보령에서도 임도를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는 손에 꼽을 것 같다. 옥마산 일출전망대를 지나면 옥마정과 패러글라이딩 할강장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곳에서 패러글라이딩 할강장 쪽으로 올라오면 된다. 차로 1분 정도만 더 오면 되고 걸어와도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오른 쪽에 임도가 보이고 진입 금지를 알리는 차단봉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이 옥마산 임도 트래킹 시작점이다.
차량이 통과하지 못하게 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차량이 다닐 수 있으면 몇 몇은 아마도 구경삼아 차량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걸어야만 하는 곳이 차라리 더 안전하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걷는 길은 평탄하게 되어 있다. 작은 자갈과 흙이 섞여 있어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임도를 조금만 걸어도 보령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바로 밑에 보이는 골프장이 보령베이스 골프장이다. 예전에는 웨스토피아 골프장이라고 불렀는데 최근에 이름이 바뀌었다. 멀리 바다도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다. 미세먼지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눈으로는 바다가 보였는데 사진으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아직 현대의 기술로 사진은 눈이 느끼는 감동을 따라올 수 없나 보다.
시작점부터 계속 왼쪽이 산이고 오른쪽이 계곡이다. 이곳은 바위가 있는 부분을 깎았나 보다. 암석이 나와 있는 걸 보니 이곳이 암석 지대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급한 경사가 아니라서 암석이 굴러올만한 위험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오른쪽 경사면이 가팔라서 오른쪽으로 걷는 것이 조금 위험해 보인다. 그런데 어찌하랴. 경치는 오른쪽이 훨씬 멋있는 걸.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벌써 길의 오른쪽으로 걷고 있다.
사진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경사면을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문제인지 내가 찍은 각도가 문제인지 경사가 별로 심하지 않게 나와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장난 아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 굴러 떨어진다면 한참 굴러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경사면 마저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임도인데도 경사가 제법 있다.
암석 지대를 지나니 이제는 양 옆으로 갈대와 비슷한 풀이 자라있는 것이 보인다. 이런 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왼쪽 깎아내린 곳에도 갈대처럼 풀이 자랐고 오른쪽 급 경사면에도 똑같이 풀이 자랐다. 겨울에 이런 억새풀 같은 모습의 풀을 보니 가을에는 얼마나 멋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산을 스멀스멀 오르는 느낌이다. 힘들지 않게 산을 올랐다가 내려가는 줄도 모르게 내리막 길이 이어지곤 한다. 내 몸은 가벼워졌다가 다시 무거워졌다가를 반복하다. 한 번에 길게 이어지는 길이 있고 구불구불 돌아가야 하는 길도 있다. 인생의 모습니다. 앞이 보였다가 안보였다가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산을 오른다. 정상에 섰다가 다시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인생이 흘러간다. 옥마산 임도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가 있는데도 나름 사진이 선명하게 나왔다. 저기 아래에 보이는 저수지는 남포 저수지이다. 최근에 철길이 건설되어 기차가 다닌다. 만약 사진을 찍고 있을 때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으면 작품 사진이 될 뻔 했다. 코레일에서 주최하는 사진전에 출품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을텐데 아쉽다. 여기서도 눈으로는 바다가 잘 보이는데 사진에서는 바다가 흐릿하게 나왔다. 서해안 보령의 바다는 참 예쁜데 말이다.
황금 들녁의 가운데 길로 추수하러 가는 농부의 모습이다. 올해는 벼가 잘 익어 풍년이다. 지난 여름 폭풍이 두세번 몰려왔지만 벼들이 잘 버텨주었다. 낱알도 꽤 튼실하다. 이정도면 작년보다 더 많은 소출이 있겠네. 농부는 낫을 둘러메고 흥얼거리면서 논둑길을 걷는다. 이 벼 추수해서 저녁에 막걸리도 한되 사고, 아내 줄 소고기도 한 근 끊어와야지. 참새들이 몇 마리 돌아다니지만 농부는 개의치 않는다. 너도 먹고 살아야 하고 나도 먹고 살거다. 서로 서로 잘먹고 잘살자. 시골 농부는 인심이 꽤나 좋다. 그저 오늘 저녁에 먹을 막걸리 생각에 한껏 신이 나 있다. 아내가 부침개를 맛있게 해 놓겠지.
그대를 만나렵니다
고요한 아침
이 길 돌아서면
그대 기다리고 있을까봐
옷 매무새 정갈하게
한껏 웃어봅니다.
그대는 벌써
다음 고개를 넘어 갔나요?
다가가면 또 다시 멀어지는
잡지 못할 인연이여
혹시나 그대에게 들킬까봐
걷는 소리도 숨을 죽입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
기다려 주시면 안될까요
중간에 잠깐 쉰 시간을 포함해 한시간 반 정도를 걸었나보다. 임도의 중간 지점인 말재라는 곳에 왔다. 중간 지점이라는 것 보다는 갈림길이라도 표현해야 맞겠다. 여기서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데 옥마산을 한바퀴 빙 돌려면 사진 정면으로 보이는 길로 계속 가면 된다. 이곳이 갈림길이다 보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도 있다. .
좌측 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옥마봉으로 가는 길이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성주사 주지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올 때 옥마가 나타나 길을 방해하였다. 그래서 경순왕과 동행하였던 장수가 화살로 옥마를 쏘자 그 자리에서 죽지 않고, 하늘 높이 치솟다가 사라졌다. 그 후로 경순왕이 옥마의 악몽에 시달리다가 결국 고려에 항복했다. 경순왕의 갈릴김을 시험한 옥마가 죽은 지역이라 하여 옥마봉이라고 부른다는 전설이 있다. 등산로 표지판을 보다가 옥마봉에 대한 전설이 있어서 몇 자 적었다.
말재에서 조금 쉬다가 출발했는데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 나타났다. 말재에 올 때까지 뚝 떨어지는 듯한 낭떠러지 모양이 자주 있었는데 말재를 지나고 나니 이곳은 대부분의 지형이 완만하다. 임도를 트래킹하면서도 산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산의 한면이 이렇게 다른데 우리나라 전체의 산들이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구나. 하긴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 한명도 없고 성품도 모두 다른데 산들이야 말해 뭐해.
산 위로 레이더 기지로 보이는 곳이 있다. 까마득히 높아 보인다. 아니 내가 걷고 있는 임도가 낮은 곳에 있나보다. 분명 저 윗부분 까지도 임도가 연결되어 있을 것 같다. 그래야 군인들이 차량으로 출입이 가능할테니 말이다. 저 산 꼭대기에서 군 생활하는 장병들은 어떤 기분일까. 야간 근무때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은하수 쏟아지는 우주가 선명할 것이다. 어렷을 적 평상에 누워 모깃불 내음 맡으며 잠들 때 우연히 보았던 밤 하늘은 은하수가 그대로 보였었는데. 지금은 은하수 보려면 산 깊은 곳, 한적한 바닷가, 천문대를 가야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저 산 꼭대기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복받은 것인가?
한참을 걷다보니 임도의 끝에 도달했다. 여기도 차량이 통과하지 못하게 차단봉을 설치해 놓았다. 처음 출발했던 곳과 지금 도착한 곳이 동일한 지점은 아니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어 내려가야 처음 출발했던 지점을 만날 수 있다. 전체를 한바퀴 도는데 4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걸음이 빠르면 세시간 반 정도 예상 가능하다. 트래킹인데 굳이 빨리 걸을 필요 있을까. 길이 있으니 쉬엄쉬엄 가보는 거지. 여유있게 쉬어 가면서 4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충남에 가볼만 한 곳 중에 이곳 보령 옥마산 임도 트래킹 코스도 추천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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