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이 오는 소식. 봉은사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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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서울의 봄이 오는 소식. 봉은사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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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은 봉은사 홍매화가 피면서 시작된다. 추위가 물러나고 따스한 햇살이 깃들면 봉은사에는 봄 보다 홍매화가 먼저 찾아온다. 느긋한 바람이 머문 서울 봉은사를 찾아가 본다. 서울의 힐링 명소를 찾아간다.

봉은사 일주문 앞에서

나는 무엇을 간절하게 찾아보고자 봉은사를 왔는가? 서울에 봄이 오는 소식을 들으려 이곳에 왔을까. 봉은사의 봄을 보려고 왔을까. 부처의 자비가 가득 담긴 홍매화의 아름다움을 보러 왔는가. 우주의 무게 만큼이나 짓누르고 있는 마음의 짐을 부처에게 맡겨 보고자 발걸음을 했을까. 봉은사 입구에서 파도처럼 난잡한 영혼의 혼란을 잠시 추스려 본다.

해수관음상의 은은한 자태

사천왕이 눈을 부릎뜨고 있는 천왕문을 지나 본 법당으로 들어가기 전 해수관음상을 찾았다. 작은 연못에 홀로 머물며 다리를 건너오는 불자들을 맞이한다. 나무 다리는 발자국 소리를 속일 수 없다. 지긋이 감고있던 눈을 불자들의 발자국 소리에 살며시 뜬다.

 

하늘을 뒤덮은 형형색상의 연등

연등이다.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현란한 색깔의 연등이 줄을지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하늘은 푸르건만 연등의 아름다움에 그 색을 잃어버렸다. 연등 뒤에 가려진 하늘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감추며 연등을 더 밝고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고 있다. 

 

연등으로 걸어들어가는 불자의 모습

 그대여, 연등 아래 선 그대여. 무엇을 찾고자 이곳에 왔는가. 부처의 자비이던가. 아니면 마음의 짐을 덜고자 함인가. 그대 마음의 짐이 있거든 이곳에 모두 남겨두고 떠나시게나.

어느 법당에서 본 내부의 모습

대웅전과 주요 법당이 제사 행사가 있어 내부를 들어가 보지 못했다. 대웅전 앞에서 불경 소리와 목탁 소리를 들으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러자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와 어깨를 토닥여 주네. 꼭 법당의 부처님을 뵈어야만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걸까. 그래 부처의 자비는 봉은사 법당 지붕의 모든 기와에도, 오솔길의 돌 하나에도, 홍매화의 꽃잎 한잎 마다에도 깊게 스며있겠지. 햇살 가득 찬 연등 하나마다 자비는 깃들어 있을거야. 석탑 주위에 불 밝힌 촛불을 봐. 자비를 가득 안고 타오르고 있잖아.

뒷편으로 돌아가면 엄청 큰 미륵대불이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상이 서 있다. 봉은사 미륵대불이다.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 미륵대불의 얼굴을 보려면 우러러 보아야만 한다. 하늘과 맞다은 곳에 그분의 눈웃음이 있다. 그분의 한마디는 영겁의 우주에서 들리는 말씀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절로 명상이 된다. 미륵대불 이시여. 당신 발 아래에서 합장을 하고 서 있습니다. 자비를 내려주소서.

영각 옆에 핀 홍매화가 봄을 알리는 모습

봉은사의 3월은 서울에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전령의 계절이다. 영각 한켠에 홍매화 한 그루가 붉은 자태를 보이며 서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홍매화의 멋스러움에 취해 넋을 잃고 바라본다. 부처의 자비가 이번 달에는 홍매화 꽃잎 마다에 스며들었구나. 부처의 깊은 자비를 얻고자 모두 홍매화 사진에 여념이 없다.

봉은사의 봄

          고요한 아침

 

누서리 북풍한설에

다시는 피지 않을 것 같던

앙증맞은 꽃망울이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무심히 걷다가

지금에야 알았네

 

터질 듯한 꽃망울

잊어버린 그대의 이름

햇살 아래 활짝 기지개 켠

홍매화의 자태

 

바람이 머물다 쓰다듬어 준

부드러운 손길에

부끄러워 붉어진

홍매화의 발그레함이여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봄이 오고 있었다. 겨울 세찬 북풍에 다시는 피지 않을 것 같던 나무들이 헐거워진 대지 사이로 물을 빨아들여 모네혈관 마디마디에 봄 내음을 품기 시작했다. 움이 트고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아제야 보는구나. 홍매화에 정신 팔려 잊어버리고 있었던 서울의 봄. 그리고 봉은사의 봄. 이제 내 마음의 봄을 기다린다.

처음 본 사천왕의 뒷모습

천왕문에 들어갈때 무섭게 노려보던 사천왕을 기억한다. 악귀들 보다 더 무서운 표정으로 긴 창을 들고 언제든지 휘두를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출입하는 사람들의 속세의 죄를 물으며 다시는 죄 짓지 마라는 표정이 생생하다. 무시무시하던 사천왕의 뒤태를 본 적이 있는가? 이곳 봉은사에서 길을 나서며 우연히 그들의 뒷모습을 본다. 무섭다기 보다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이다. 그 모습에서 너무나 인간적임을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 더 정이 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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