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가볼만한 곳, 보령댐 금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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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보령 가볼만한 곳, 보령댐 금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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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미산면에 보령댐이 조성되어 있다. 보령시 미산면 용수리 산 59 금강암이라고 치면 네비가 안내해준다. 보령댐을 구경왔다면 이 곳 금강암을 들러보아야 한다. 보령 가볼만한 곳, 금강암이다.

 

금강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표지석

미산면에서 보령댐 도로를 따라 5Km쯤 들어가면 대한 불교조계종 양각사 금강암이라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보통의 표지석은 큰 돌을 하나 길쭉하게 세우고 받침대로 표지석을 지탱하는 모양새인데 이건 뭔가 좀 색달랐다.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모습이랄까. 길은 넓지는 않으나 차를 이용하여 무난하게 금강암까지 갈 수 있게 되어있다.

 

가을의 햇살에 물든 금강암 미륵전

가을에 금강암을 올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산 전체가 단풍으로 둘러쌓이고 맑은 햇살과 양각산의 싱그런 내음 그리고 보령댐에서 반짝이는 물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차를 가지고 올 필요도 없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시를 읊조리며 한발 한발 걸어 올라와도 좋다. 금강암에 도착하면 처음 만나는 큰 나무가 있다. 입구에서 보는 모습과 실제 앞으로 가서 보는 모습이 다르다.

 

미륵 석불을 모신 미륵전

미륵 석불을 모신 미륵전에 가까이 다가가니 안내 표지판이 있다. 미륵이란 보살의 성을 말한다. 이름은 아일다 성은 미륵이라고 한다는 설명표지가 있다. 인도 바라내국의 바라문집에 태어나 석존의 교화를 받고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아 석존보다 먼저 입멸하여 도솔천에 올라가 하늘에서 천인들을 교화하고 석존 입멸 후 56억 7천만년을 지나면 다시 사바세계에 출현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華林園 안의 龍華樹 아래서 성도하여 3회의 설법으로서 석존의 교화에서 빠진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고 한다.

 

나무 내부의 빈 공간에 모신 불상

미륵전 앞에 있는 나무는 꽤 크다. 한 눈에 봐도 오랜 세월을 거친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무를 지나쳐서 돌아보면 안쪽이 텅 비어있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니겠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 빈 자리에 불상이 들어앉아 있다. 세월의 흔적을 가진 나무의 빈 공간에 들어앉은 부처의 모습에 영엄함이 깃든다. 부처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그네가 바라보고 있어도 그저 그윽히 쳐다볼 뿐이다.

 

금강암에 미륵전에 모셔진 미륵 부처님

금강암에 모신 미륵 불상은 석조 불상이다. 미륵 부처님은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웅장한 미륵과는 다른 모습이다. 작으면서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의 사찰에서는 왕권의 위엄을 과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려는 왕족, 귀족 불교와는 대조적으로 일반 서민의 모습을 닮고 있다고 한다. 특히 얼굴 뿐만 아니라 상륜부의 모자는 조선시대 일반 서민들이 쓰고 다녔던 모자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금강암 주지께서 바치신 글에는 소박한 소원을 담아 여기를 찾는 모든 분들에게 미륵 부처님의 자비의 미소가 깃들어 소원성취 하시기를 두 손 모아 합장한다고 되어 있다.

 

미륵불과 유리 케이스에 보관된 비편

불상은 전체적으로 비례가 맞지 않는 듯 하다. 얼굴은 타원형인데 귀가 매우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생들이 소원하는 것을 일일이 다 들어주겠다는 의미이리라. 불의는 양 어깨를 덮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그리고 옷자락이 가슴 부분에 둥글게 파여져 있다. 조성된 석불은 2단의 좌대 위에 양 손을 가지런히 하여 연꽃 봉오리를 받쳐 들고 다소곧하게 앉아 있는 모습으로 미륵불로 추정하고 있다.

 

미륵 석불 옆에는 비편이 있는데 충청남도 중요유형문화재 158호이다. 금강암과 석불 조성 사실을 기록한 비편은 파손되어 현재 절반정도 남아 있는데 청색에 16줄 241자만이 남아 있다고 전해진다. 비편의 기록은 조선 초기 왕실의 불교신앙 모습과 석불의 조성시기를 알려주는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비편의 조각은 유리로 만든 케이스에 조심히 담아져 있어 현재는 잘 보존되고 있다.

극락전 뒷편 산신각의 모습
산신각 내부 탱화의 모습

극락전 뒷편에 산신각이 있다.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다. 산신을 모셔서 양각산의 안녕을 기원하는 듯 하다. 이곳에는그동안 큰 산불이 없었다. 산신께서 보호해 주시니 산 짐승과 나무들이 안전한가 보다. 앞으로도 산불이나 재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산신께 합장을 한다.

 

금강암의 가을

            고요한 아침

 

가을 깊은 법당에

나그네 들어서자

바람이 먼저 알아보고

마당에 뒹굴던 낙엽이 반긴다

 

뒤뜰에 홍시 익어 가는데

키 작은 동자승도

개구장이 까치도

아무도 따려하지 않았구나

 

연꽃 봉오리 받쳐든 석불에게

들어줄 수 있는

작은 소원 하나 빌라하며

쉼없이 서걱거리네

 

어머님의 아프신 무릎

아내의 비어가는 통장 잔고

딸 아이의 취직 걱정까지

모두 생각의 뒷편으로 미뤄두고

 

그저 가을 햇살에

법당 뒷마당 아무도 찾지 않는 홍시가

평화롭게 익어가길

그윽한 눈빛으로 빌어봅니다.

 

극락전과 요사채의 모습

가운데에 극락전이 있고 오른편으로 요사채가 나란히 있다. 햇살이 극락전 돌계단에 다가와 잠시 쉬어간다. 나그네가 걷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바람이 불자 휑하니 일어선다. 좀 더 붙잡아 두고 싶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될 일은 아니다 싶다. 내가 붙잡는다고 기다려줄 것도 아니고 어여 가라고 해도 떠밀려 나갈 녀석도 아니다. 햇살은 바람따라 걷고 나는 돌계단을 따라 걷는다.

 

금강암 극락전의 모습

금강암은 조선 3대 태종의 후비였던 권씨의 소원을 빌기 위한 원당으로 무학대사의 제자 영암스님이 1412년 태종 12년에 건립하였다. 건립을 주관한 사람은 후비 권씨의 아버지인 권홍과 딸인 옹주이씨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양각산 허리에 세워진 사찰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입구에 보령댐이 생겼다. 다행이 들어가는 입구는 물에 잠기지 않아 연결통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첩첩 산중에 있었던 시절보다 도로가 잘 연결되고 보령댐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손님은 더 늘었을 수도 있겠다. 이제는 보령댐을 오면 들러봐야 할 보령에서 가볼만 한 곳이 되었다.

 

극락전에 모신 세 불상

극락전에 들어가니 세 분의 불상이 계셨다. 가운데 서서 합장하고 조용히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세 분의 부처님 중에 가운데 계신 부처님이 흥미로운 듯 나를 바라본다. 웬 일로 왔니? 하는 표정이시다. 합장하고 나의 작은 희망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시며 그저 씩 웃으신다. 그게 답변인가 보다. 내 희망을 잘 들었으며 네가 원하는대로 되기를 바란다는 웃음이실 것이다.

자세히 보니 세 분의 부처님이 서로 바라보는 곳이 모두 달랐다.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여기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나 혼자만 관심받고, 나 혼자만 잘되면 좋겠고, 나 혼자만 성공하기를 바라지 마라는 뜻이다. 자비는 모든 중생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질 때 살기좋은 세상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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