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가볼만한 곳, 보령 무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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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충남 가볼만한 곳, 보령 무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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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에 가면 가볼만한 곳. 무진사. 청천저수지를 마주하고 근처에 천수암, 용궁사와 함께 무진사가 자리하고 있다. 청양에서 오는 길에서는 바로 연결되는 도로가 있고 홍성에서 21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보면 보령 시내로 가는 길로 내려와서 좌회전을 받으면 무진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보령에 가볼만한 곳은 대천 해수욕장, 무창포 해수욕장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청천저수지 앞쪽으로 오면 특이한 사찰을 세군데 만날 수 있다. 무진사, 용궁사, 천수암이다. 비슷하게 위치하고 있으니 같이 들러보기를 권한다.

 

무진사 입구에 있는 안내도

처음 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 큰 사찰이구나 하는 것이다. 안내도를 보니 한두개의 건물이 아닌 많은 건물로 둘러쌓여 있다. 주차를 할 수 있는 넓은 광장이 있는데 그 주위로 해우소와 사무국 그리고 석경원이 있고 무명관 옆을 지나 설법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설법전 앞에 있던 석탑과 약수물

탑의 형상을 보니 전통 형상의 탑은 아닌 듯 하다. 대리석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는 탑 옆에는 약수물을 담는 바위가 있는데 그 형상도 특이하다. 탑 조각을 의뢰한 사람의 뜻을 듣고 탑을 조각했을 석공은 어떤 의미를 담아 이 탑을 조각했을까. 석공의 머리 속에는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5층 석탑의 이미지가 아닌 동남아에서 볼 수 있을만한 탑의 형상이 떠올랐나 보다.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대웅전

계단을 오르면 설법전이 있고 그 옆에 대웅전이 같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대웅전의 대형 창호문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입구가 있다. 옆으로 돌아가 들어가는 입구를 찾으려 했더니 이곳 무진사 대웅전은 바로 정면으로만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웅전 내부의 바닥

중생이 부처를 뵈오러 가는 길이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만 출입하게 하는 이유를 그저 평범한 범인은 알지 못한다. 부처의 자비를 바라고 부처에게 걸어가는 길이 왜 떳떳하지 못한가. 부처 앞에 조용히 선 채로 자비를 구해본다. 제가 부처님 발 아래 엎드려 절 몇번 했다고 온 세상이 내 뜻대로 변할리가 있겠습니까만 저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마음이 평화롭게 해 주옵소서.

 

대웅전에 존치한 불상

수도 없이 많은 중생들이 자비를 요청했을 터. 그때마다 부처는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그래. 그러하마" 하는 대답을 하신다. 부처는 무엇을 바라고 있지 않다. 그저 부처를 찾아오는 나그네들이 각종 희망과 염원을 빌었겠지. 모든 이의 소원을 듣기만 하고 있는 부처. 나그네들의 그 소원을 일일이 들어주느라 귀가 엄청 큰가 보다. 대웅전 밖에는 햇살이 있다해도 한겨울 바람이 매서운데 부처는 그저 천조가리 같은 옷가지만 걸친채 모두에게 자비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햇볕을 가득 안고 서 있는 묘장관음보탑

무진사 대웅전 옆으로 묘장관음보탑이 서 있다. 탑돌이를 할 수 있도록 길이 내어져 있다. 햇살이 탑을 따사롭게 비추고 있어서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탑에 보이지 않는 뜨거움이 응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만지면 구들장 보다 더 뜨겁게 타오를 것 같은 그 영엄함이여. 백제시대로 부터 이어져 온 고탑이 주는 세월의 무게보다 새롭게 태어난 대리석으로서의 힘찬 모습이 더 힘이 있어 보인다. 

 

후원으로 넘어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오소서

                    고요한 아침

 

나그네여

한 웅큼 용기를 내시어

다리를 건너 오시옵소서

 

못버리는 마음의 짐이 있거든

온 몸에 가득 지고서

다리를 힘겹게 건너 오소서

 

호젓한 산길을 거닐며

밤 하늘의 달과 별과 이야기 하며

우리에게 짐을 나누어 주소서

 

이 다리를 다시 건너 돌아갈 때에는

모든 짐일랑 여기 다 내려 놓으시고

빈 몸으로 홀연히 건너 가시옵소서

 

후원 옆을 지키고 있는 사리탑

사리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승들의 아픔이 먼저 생각난다. 절제된 삶과 고뇌하던 생각. 불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주지로서의 무게감. 사람으로서 느끼는 아픔과 욕심 그리고 욕망. 그들은 사찰의 지도자이기 이전에 한 어미의 아들과 딸이었고 어릴적 코흘리개 소년과 소녀였으리라. 호기심에 사로잡혀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며 꿈을 키워가던 학생이었으리라. 하늘의 뜻을 받들어 불가에 들어가 머리를 깎던 날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었을까? 진정한 마음의 평화가 시작된 날이었을까? 차마 물어보기가 민망하다.

 

무진사 한쪽 끝에 있는 비구 숙소와 디비하우스

다리를 건너 후원을 지나 한쪽 끝으로 오니 비구니 숙소가 있고 디비하우스라고 씌여져 있는 작업장이 보인다. 울타리로 경계를 쳐놓은 것으로 보아 아무나 출입해서는 안되는 곳인가 보다. 사진만 한 장 찍고 발걸음을 돌린다.

 

다리 아래쪽에 위치한 후원

반대편으로 내려오니 또 다른 후원이 있다. 템플스테이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 이곳에서 몇일 쉬었으면 좋겠다.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생각들이 게속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때 머리를 비워놓기 위해 이곳에서 쉬고 싶다. 쉰다는 것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일까? 쉼을 얻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무진사 후원 다리를 되건너 오면서, 나는 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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