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 서해안에서는 방파제 낚시 가볼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죠. 가을에는 서해안 어디에서나 낚시를 즐길 수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특히 한겨울인 1월에는 방파제 낚시를 할 만한 곳이 없습니다.
충남 보령시 남포면에 죽도 관광지라는 곳이 있는데 겨울철에도 도다리를 잡을 수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죽도라고 하는 것을 봐서는 원래 섬이었는데 그 이후 남포 방조제가 생기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는 추측이 듭니다. 작년 이맘때에 이곳에 와서 도다리 몇마리 잡았던 기억이 있어서 달려왔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왼쪽 방파제 중간에 죽도 관광지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보령 시내에서는 차량으로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접근하는 방법은 대천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으로 오는 방법이 있고, 대전이나 부여에서 올때는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입구에서 우회전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1월 17일 일요일에 방파제 낚시를 가게 되었네요. 전일인 토요일에는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서 감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간조가 낮 12시 25분 이어서 중들물인 3시 전후에 도착할 요량으로 시간을 맞췄습니다. 오후 2시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고 바람도 거의 없어서 낚시할만 하겠다 싶었는데 아래 기상 현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후 3시가 넘어서자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한 낮인데도 영하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바람도 조금씩 부는 것으로 되어 있었죠. 위 기상표는 토요일에 봤던 것인데 실제 일요일 오후에는 오후 3시 넘어서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바람도 훨씬 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낚시꾼이 낚시를 안하는 건 아니죠?
죽도 관광지 입구에 들어서면 태양이 뜨는 것 같은 조형물이 보입니다. 실제로 죽도에 세시쯤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낚시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거든요. 저 입구를 지나 선착장에 도착하면 도다리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서로 먼저 육지에 올라가고 싶어서 번호표 먼저 뽑기 가위바위보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보령 죽도에는 상화원이라는 유명한 관광시설이 있는데 그 앞을 지나서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그 끝이 선착장입니다. 선착장 입구는 막혀있지 않고 통행이 가능하며, 양쪽으로 차량 약 10대 정도를 주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만, 이곳은 충남 보령에서 유명한 죽도 관광지이고 싱싱한 횟집들이 많이 있어서 항상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파제 겸 선착장에 낚시대를 펼치려고 하는데 슬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죽도 선착장 바닥에 눈발이 살짝 쌓이는 것이 보이시죠?
중들물이 시작된 때라 선착장 끝은 벌써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낚시대를 펼쳐놓은 곳도 아마 두시간 정도면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죽도 방파제 선착장은 겨울 찬바람에 눈발까지 휘날리고 있습니다. 저 물 속은 어떨까? 바람도 없고 눈도 내리지 않고 그저 평온한 밀물에 조류만 움직이고 있을 터
도다리들은 배도 실실 고파지는데, 어디 먹을만한 거 없나? 하면서 모래 바닥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을테죠.
처음 도착했을때부터 오리처럼 생긴 애들이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는데 선착장 방파제에 물살이 차오르니까 이젠 아예 그 위에서 자맥질을 하면서 사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리들이 사냥을 한다는 것은 저 아래에 베이트 물고기던 뭐가 있다는 건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눈이 점점 심하게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두분이 오셔서 낚시대를 펴기 시작합니다. 저는 눈이 쏟아지기 전에 와서 낚시대를 펼쳤으니까 이해할 수 있지만, 저분들은 눈이 빤히 쏟아지는데도 과감하게 낚시대를 펼치시는 걸 보니 상당한 매니아로 보입니다. 제가 못잡아도 좋으니까 저분들이라도 몇 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이라도 몇 장 건져가게...
약 20분 후 그 와중에 한팀이 더 오셨습니다. 사진에도 눈발 날리는거 보이시죠? 이 눈발을 뚫고 낚시대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저보다 제 옆에 계신 팀보다 더 대단한 분이십니다. 맨 위에 계신 분은 찌낚시를 가져오셨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도 불구하고 낚시 가방에 눈이 쌓이고 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바람도 강해져서 정면으로 맞바람을 맞다보니 버틸만한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결국 철수를 결정합니다.
아래 사진은 작년 1월 중순에 와서 잡았던 사진입니다.
운이 좋았는지 일타 쌍피를 했습니다. 도다리 두 마리가 끌려오는 맛이 묵직했었는데 그 때의 느낌과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일타 쌍피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도다리가 몰려 다닐때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세시간 정도 낚시를 해서 6~7마리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크기는 흔히 말하는 깻잎 수준입니다. 큰 건 손바닥 이상도 있는데 그날 집으로 가져가서 모두 세꼬시 해서 먹었습니다.
작년 1월 주말은 날씨도 좋았고 바람도 없었으며 손맛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멋진 노을까지 선물해 줬었습니다.
비록 오늘은 꽝이었지만 낚시라는 것이 항상 그렇듯이 바람쏘이고 바다 구경하고 신선한 공기 마셨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겠습니까. 물 때 좋은 날을 골라서 휘파람 불며 도다리 잡으러 다시 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서해안 죽도 방파제에서 도다리 손맛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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