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가볼만한 곳. 오천 충청수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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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보령 가볼만한 곳. 오천 충청수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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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정 정자 위로 옅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철새들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 세상이 고요하다. 500년전 영보정에서 바다를 바다보는 장군이 듣던 바람 소리가 이러했을까? 그날의 철새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날의 구름도 새로운데 너 수영성의 기개와 품위는 아직도 그자리에 있구나. 서해 바다를 지긋이 바라보는 영보정의 눈매가 매서워 보인다. 보령에서 가볼만한 곳. 오천면에 있는 충청수영성이다.

 

수영성 꼭대기에 있는 영보정

영보정은 충청수영성 안에 있던 정자다. 조선시대 1504년 수사 이량이 처음 지었다고 전해져 오고 그 이후 계속 손질되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름난 절경의 정자중에 하나다. 바다 건너편의 황학루, 한산사와 어우러진 경치를 자랑하며 조선시대 부터 많은 시인들이 찾아와 경치를 즐기면서 시문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다산 정약용, 백사 이항복은 이곳을 찾았다가 조선 최고의 정자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

 

영보정에서 바라본 오천항과 회변항

영보정에서 오천항과 저 멀리 회변항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도 이곳은 바닷물이 내륙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고 물이 계속 깊어서 배가 접안하기 좋은 위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수영성을 만들어 서해를 지키는 역할을 했나보다. 어쩌면 서해바다 해경의 시초가 아닐까 싶다. 아니다. 서해바다 해경의 시초는 장보고 장군인가?

 

영보정에서 서해 바다를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든다. 임진왜란 때에 왜구가 쳐들어와 선량한 사람들을 칼로 무참하게 베어 죽이던 시절. 수영성에 장군과 병사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적과 싸웠으리라. 내 조국과 내가 아끼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차디찬 바다에서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왜적을 맞이하여 용감히 싸웠으리라.

 

과거가 미래에게

               고요한 아침

 

보라.

 

선조가 지켜주고 물려준

충청 수영성의 파란 하늘을

500년전 왜적이 쳐들어올 때

시뻘겋게 불태워지던 수 많은 배들을

 

들리는가?

 

사흘밤 피어오르던 봉화에

서해 바다는 적의 사지로 핏빛이 되어

칠흙같은 찬 바다에 수장시켜버린

조선 수군의 함성이

 

지키리라.

 

내 자식의 자식이,

그 자식의 자식이

이곳 영보정에서 바라볼

새파란 바다와 붉은 노을을

 

물려주리라.

 

남극 빙하가 다시 얼어

벌어졌던 오존 구멍을 되메우고

잿빛 먼지 물리우고

다시 들어날 푸른 하늘을

 

낚시배가 주를 이루는 오천항

영보정을 내려오면서 보는 오천항의 모습은 500년 전 침략의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롭기 그지없다. 조선 수군의 전투선 대신 낚시배들이 출항하지 않고 항에 묶여 있다. 근처를 갈매기들이 오가며 닻줄 풀고 어서 바다로 나가자고 재촉하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다. 가을철엔 수많은 낚시객이 이곳을 찾으면서 주차할 공간도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겨울에 와보니 낚시배들이 운행을 하지 않아 배가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동백꽃 필무렵 촬영장소

저 아래 주차장에서 동백꽃 필무렵이라는 드라마를 찍었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영보정에 올라오니 여기에도 비슷한 표지판이 있다. 나는 드라마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동백꽃 필무렵을 시청하지는 않았는데 주위 사람들로 부터 들어보니 꽤 인기있었던 드라마라 한다. 드라마를 찍은 걸 보니 보령에서 가볼만한 곳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진휼청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건물

 

조선시대 당시에는 충청수영성 안에 많은 건물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진휼청이라고 추정되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진휼청은 흉년에 빈민구제를 위해 설치된 곳이었다 한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을까. 힘들고 어려울 때 그 빛을 발했던 진휼청. 요새 같으면 10층이 넘는 고층 빌딩을 지어놓고 만 평이 넘는 창고를 갖추었을텐데 조선시대에는 이 작은 기와집 하나로 충분했던가.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높이가 중요하지도 않았다. 어려운 시절에 힘들어하는 백성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그 마음이 더 중요했을 뿐.

 

영보정과 함께 수백년 역사를 함께한 나무들

뿌리가 다 드러나 발톱까지 내어준 나무의 거친 발톱이 안쓰러워 보인다. 누군가는 저 뿌리에 걸려 넘어져 욕을 댓발 지껄이고, 누군가는 미끄러져 떨어져 죽을 뻔한 상황을 뿌리에 걸리는 덕분에 모면하고. 세상 사는 것이 다 그러하지 않는가. 영보정과 함께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듯 보이는 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충청수영성에 기거하는 백성들이 아파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나무는 몸서리를 쳤으리라. 그 아픔에 줄기가 곧게 뻗지 못하고 뒤틀리고 엉키어 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만나는 첫번째 관문

거꾸로 내려오다 보니 수영성을 올라가는 첫번째 입구를 통과했다. 성벽을 통과하는 문 답게 옛스러움이 있다. 저 문 옆으로 수영성의 군사들이 긴 창을 들고 성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노려봤으리라. 봇짐을 진 아낙네, 코흘리개 아이들, 보부상 아저씨들까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와 각종 웃음 보따리들을 들고 저 문을 통과했으리라. 성 안 주막에는 두부김치에 막걸리, 파전에 동동주, 돼지국밥에 신김치 한쪼가리가 있었으리라. 나도 어서 저 문 안으로 들어가 펑퍼짐한 엉덩이를 휘두르는 주모에게 내음 가득히 익어가는 파전과 시원한 동동주 한사발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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