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힐링 스팟. 남산골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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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떠나는 여행

서울 힐링 스팟. 남산골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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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 정문

서울에서 담소를 나누며 힐링할만 한 곳이 어디있나. 지도를 이리저리 넘겨보다가 남산골 한옥마을에 시선이 꽃혔다. 그래 오늘은 남산골 한옥마을에 가보자. 여기가 어디쯤이냐면 충무로역에서 가까워서 그 위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입장료에 대한 것인데 입장료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보이는 천우각

화창한 주말. 고궁이 아니면서도 왠지 고궁을 방문하는 느낌이다. 화려한 궁궐의 모습은 아니지만 예전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공간의 모습이랄까.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관훈동 민씨 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옥인동 윤씨 가옥 등이 있다.

 

개울가로 맑은 물이 흐른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이런 개울에서 무엇을 했을까? 차마 버선을 벗어 발을 담그지는 못하고 그저 근처 정자나 평상에서 술한잔 하면서 시를 읇조리는게 전부였을까? 아니면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고무신 벗어 놓고 발을 담그고 "어이구 시원하다" 했을까?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곳으로 이어지는 길

서울천년 타입캡슐을 묻었다는 곳을 찾아봤다. 입구가 특이하다. 마치 첩보영화에서나 나올만한 길인데 지하라기 보다는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다.

 

400년 후 타입캡슐을 개봉할 수 있도록 했다 함.

타임캡슐에는 400년 후에 열어볼 수 있도록 서울의 이모저모를 담아 묻었다고 한다. 입구에 무엇을 소장했는지에 대한 안내들이 있다. 그리고 타입캡슐을 묻은 곳에 큰 돌로 비석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세계 각국의 자매도시에서 보내준 메세지들이 새겨져 있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던 윤도령과 이대감댁 낭자의 사랑 이야기도 들어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전통놀이 체험할 수 있는 곳

위 사진처럼 전통놀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저것 외에는 특별히 직접 체험하고 즐길만한 것은 없다. 투호를 해보려고 몇 번 던져봤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그 옛날 윤도령은 던졌다 하면 쏙쏙 잘만 집어 넣었다더구만. 하긴 이대감댁 낭자도 의외로 잘 던졌었지. 둘이 내기를 했었다는데 누가 이겼는지 남겨진 기록이 없단다.

 

옥인동 윤씨 가옥 대청마루에서 수정과 한잔 즐기고 싶다.

윤도령은 아버지의 윤참판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자랐다. 4살이 갓 지났을 무렵부터 글을 알게 되더니 5살 무렵부터는 학식에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로부터 아들 귀한 집에서 귀한 아들 나왔다는 소문이 자자했었다. 서당에서도 시장에서도 윤도령만 보였다 하면 그의 총명함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흘러나왔으니 아버지 윤참판은 날마다 세상 사는 맛이 났었다.

 

뒤뜰을 서성이는 영감마님의 모습이 보일 듯 한데

삼각동 이대감네는 아들 없이 딸만 하나 있었다. 남들은 아들 딸 5남매가 어떻고 9남매가 어떻고 했던 시기인데 이대감네는 삼신할미에게 딸내미 하나만 점지 받았는지 외롭게 자식을 두었다. 그런데 삼각동 이대감은 딸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았다. 여식의 미모는 말할것도 없고, 조용히 자수며 가야금을 탈 줄 알았던 여식은 뿐만아니라 학문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제법 시를 지어내곤 했다. 아들이 없었던 것은 못내 서운했지만 여식이 저정도의 미모와 실력을 가졌으니 나름 행복해 했다.

 

마을 안 길처럼 잘 정돈된 도로

꽃놀이가 한창이던 5월. 봄바람이 대청문으로 들어와 마당 한켠에 따뜻한 햇살과 같이 머무르던 그 때. 이대감네 낭자는 방에 앉아 자수를 하다말고 우연히 담장 밖을 보게 되었다. 길 어귀에서 남자애들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중 가운데 있던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특별히 기골이 장대하거나 훈남의 얼굴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눈은 초롱초롱했고 걸음걸이는 씩씩했고 어깨는 다부져 보였다. 특히 같이 어울리던 모든 사내들의 대장인 듯 아닌 듯 어울리는 모습이 성격도 좋아 보였다.

 

문을 열면 한여름에도 바람이 쉬 불어올 것 같다.

이를 어찌하누.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이 눈이 딱 마주쳐 버렸네 글쎄. 뒤 뜰을 천천히 걷다가 우연히 담장 밖을 봤을 뿐인데 하필 그 앞을 지나던 윤도령과 눈을 마주쳐 버리다니. 그랬으면 얼른 고개를 돌리던가 해야지. 윤도령은 길을 걸으면서도 이대감네 낭자에게 눈이 고정되어 버렸다. 낭자 역시 굳이 눈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이토록 반짝이고 총명한 사내의 눈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해풍부원군 윤택영 제실

봄 바람이 좋아 문을 열어놓고 글을 읽는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담장을 넘어 들려오는 윤참판의 아들 윤도령의 낭낭한 목소리. 또렷히 기억에 남는 그의 초롱초롱한 눈과 사내다운 모습. 이대감네 여식은 자수를 하다가 자꾸만 생각나는 윤도령의 모습에 자수판을 내려놓고는 가야금을 들었다. 이제는 가야금 소리가 담장 너머 윤도령의 귀에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장독대에 고추장 익어가는 모습이 상상됨

책을 읽던 윤도령은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가 누구의 가야금 소리인지 금새 알 수 있었다. 책을 자리에 두고 마당으로 나가 장독대 앞에 섰다. 까치발을 들고 저 담 너머를 보고 싶은데 혹시나 누구한테 들킬새라 이쪽 저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모른척 하면서 담 너머를 쳐다봤다. 그렇지. 곱디 고운 이대감네 낭자가 아닌가. 긴 머리 따서 단아하게 늘어놓고, 한복 고운 자태에 살포시 웃는 저 입술. 한참을 멍하니 이대감 댁을 바라보다가 그만 고추장 퍼담으러 왔던 식모에게 들켜버렸다.

 

예전에도 넓게 구성된 실내 공간

이를 어찌하누. 식모가 실실 웃는다. 어험 어험. 모른척 헛기침을 하고 돌아서지만 이미 식모에게 다 들켜버린 터. 윤도령은 사내답지 못하게 얼굴을 물론이요 귀까지 빨개져서리 돌아섰다.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그 틈을 놓칠새라 어느새 다가온 식모가 윤도령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도련님. 제가 이대감님 댁에 한번 다녀 올깝쇼?"

 

천우각 앞 연못에 정취가 가득하다.

며칠 후 천우각 앞 연못에 한쌍의 젊은 선남선녀가 나란히 걸었다.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꽃들은 앙증거리며 피어났고, 숲속에 새들 살짝살짝 울어대는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발걸음 소리가 사각거리며 들렸다. 윤도령은 갖은 폼을 잡고 부채를 들어 얼굴을 가렸으나, 여전히 빨개진 귀는 가릴 수도 없었다. 말 한마디 조차도 채 꺼내지 못한 윤도령보다 도리어 이대감네 낭자가 더 편안해 보였다. "도련님. 봄 바람이 참 좋죠?". 남산골 한옥마을에 봄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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