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이 막바지에 다다른 대천해수욕장은 여유로운 주말을 맞이하고 있다. 오전 내내 비가 흩뿌리더니 점심 시간 이후로 하늘이 맑아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해가 구름 뒤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여행객들도 모래 사장으로 한가로운 산책을 시작했다. 봄이 다가와 해변을 어루만지면서 구름에게 말하기를 오늘 하루는 맑고 청량하자고 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비 오는 바다는 멋은 있지만 도다리가 먹이 사냥을 하지는 않았다. 어제 무창포 방파제에서 비 맞으며 낚시해본 결과 고기들이 활동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은 비도 그쳤고 해도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사람들도 많이 방문했으니 너희들도 어서 지렁이를 덥석 물으렴.
비 개인 하늘이 참 예쁘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바다 끝 섬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투명하게 보인다. 멀리 외연도가 보인딘. 외연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낚시대 들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럭과 놀래미가 돌 틈 사이사이에 숨어 있겠지. 너희들 얼굴보러 꼭 한번 가보마.
옆 동네 구경을 나선다. 조사님들이 오전부터 낚시를 하셨나 본데 뭐 좀 잡으셨을까? 오호. 중간 사이즈의 도다리를 잡아 놓으셨다. 썰물에 잡아 놓으신거라 하시면서 멋쩍은 표정을 지으신다. 이제 밀물이 시작 되었으니 뒤로 물러나면서 도다리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면 되겠구먼. 도다리들이 달려들 것이니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
낚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는 맛이다. 모래 바닥 어디쯤에서 도다리고 스멀스멀 헤엄쳐 다니다가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면 본능적으로 코를 벌름거린다. 지렁이의 몸짓은 눈을 현혹시키고 커피 향은 침샘을 자극한다. 파도에 실려오는 도다리의 몸놀림 만으로도 얼마만큼 흥분했는지를 느낄수 있다. 나는 커피 한 잔으로도 도다리를 유혹한다.
대천해수욕장 답게 여행객들이 스피드 보트를 타면서 소리를 지른다. 여름이 아직 멀었는데도 스피드 보트가 등장했다. 굉음을 울리며 파도를 흩날리며 바다를 질주한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도다리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자신들 머리 위에서 우웅대며 돌아가는 스크루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진정될까 모르겠네. 그런데 도다리들도 생각을 할까? 어디에 물어봐야 그 답을 얻지?
옆 조사님께서 분주해 지셨다. 초리대의 떨림을 분명히 보신게다. 릴링하시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도다리의 끌림이 아닌 모양이다. 어이구. 복어 새끼네. 낚시꾼이 싫어하는 고기 1순위 복쟁이. 뻐끔거리면서 숨을 몰아쉰다. 지렁이 있어서 먹었는데 내가 뭘 잘못했다고 모래사장에 던져져 있나 하는 표정이다. 오늘 복쟁이만 다섯마리째라고 하신다. 도다리 대신 복쟁이들이 먼저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을이 지려나 보다. 바다가 물들어간다. 낚시대를 거두는 사람. 이제 막 해수욕장에 도착하여 낚시대를 내리는 사람. 각자 제 멋대로의 삶을 산다. 도다리도 제 멋대로 돌아다닌다. 노을을 앞세워 파도가 밀려온다. 대천해수욕장에 그 많던 도다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노을과 함께 서서히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낚시대를 내리는 사람들이 내일 아침에 그 답을 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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