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왜 좋아하는가에 대해 이유가 있을까. 탁 트인 광할함과 폐 깊숙이 스며드는 짠내음. 그리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 가끔씩은 굵직한 배의 경적소리. 4월 홍원항 방파제를 찾으면 멀리 낚시데크가 보인다. 서해안 방파제 중 낚시 잘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맑은 하늘이 있는 날이면 바다는 하늘을 품는다. 하늘보다 더 맑은 빛으로 햇살을 반짝인다. 맑은 하늘에서 쏟아진 빛이 바다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면, 호기심 가득한 우럭과 놀래미들이 눈을 꿈벅인다. 미지의 세계.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다 위 저 밝은 하늘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들도 유토피아를 동경하고 바다 속 보다 더 멋진 광경을 꿈꾼다. 어린 우럭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저 바다 위에는 먹거리가 가득한 낙원이 있을거야. 여기 돌틈 사이에서 지나가는 먹이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거야. 먹이가 잔뜩 있는 드넓은 식탁과 갈매기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와 붉게 노을지는 황홀한 석양이 있을거야. 나는 저기 바다 위 하늘을 꼭 가보고야 말테야.
우럭과 놀래미들은 바위 속에 숨어서 도다리들은 모래밭에 드러누운 채 밝고 맑은 하늘을 동경했다. 어두운 동굴이나 암초 밑에서 빛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우럭과 놀래미들은 틈만 나면 서로에게 밝은 태양 빛이 가득한 바다 위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희망을 노래하곤 했다.
어느 날인가 별로 말도 없고 특별히 친하지도 않던 녀석이 저 하늘 빛 가득한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머지 우럭들은 모두 부러위했다. 자신들은 감히 용기내어 보지 못하고 그저 희망으로만 여겼던 여행을 과감히 행동에 옮긴 친구가 부러웠다. 그저 조용히 살던 친구였는데 어디서 그런 과감한 결단이 생겼을까.
바람이 잦아들고 비도 멈춘 홍원항에 밝은 햇살이 드리워졌다. 바다가 따뜻해 지면서 놀래미들이 바위틈 곳곳에서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다 또다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여행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저마다 그리운 세계. 용기있는 결단, 과감한 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틈 앞에서 지렁이가 꿈틀거렸다. 지나가는 길인가본데 하필 우럭과 놀래미들이 숨어있는 돌틈 사이였다. 놀래미는 순간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지렁이는 달려드는 놀래미를 보고 잽싸게 피하려 했지만 놀래미 입에 한번에 빨려 들어갔다. 지렁이는 그렇게 놀래미의 아침 식사가 되고야 말았다.
초리대가 신호를 보냈다. 한번 다시 또 한번. 낚시꾼은 초리대의 신호를 보고 잽싸게 챔질을 했다. 순간 낚시대가 휘청이며 바늘 끝이 놀래미의 입 근처를 꿰어 찾다. 놀래미는 갑작스러운 챔질에 놀라 다시 바위 틈 속으로 숨으려 했지만 낚시꾼의 릴링에 끌려 나갔다. 그리고 4월을 맞은 홍원항 방파제 낚시데크 위로 끌려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한참을 매달려 올라갔다.
드디어 바라던 하늘 빛 햇살 가득한 세계에 이르렀다. 이곳이 내가 꿈꾸던 미지의 세계인가. 먹이 가득한 식탁이 있고 풍요와 번영이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왔는가. 서해안 방파제 중 낚시 잘되는 홍원항 낚시데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 젔다. 반가운 손님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낚시꾼도 4월 홍원항 방파제를 찾은 여행객도 놀래미를 구경하기 위해 즐거운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낚시꾼은 사진 두어장 찍고는 놀래미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놀래미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동경해 왔던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은 너무도 짧은 순간에 끝이 나버렸다. 홍원항 방파제의 낚시데크에서 떨어지며 녀석은 지옥의 맛을 봤다. 이런 낭떠러지에서의 추락하는 꿈을 꾸어본 적도 없는데 아찔한 번지 점프였다. 두번 다시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한없는 추락이었다.
햇살 가득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물결을 따라 이곳 저곳으로 퍼져 나갔다. 모래 바닥에 몸을 숨긴 도다리들도 익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누구나 그리워하는 바다 위 햇살 가득한 세상. 그중 모험심 강한 도다리 한 마리가 드디어 햇살 가득한 바다 위 세계로 뛰쳐 나갔다. 홍원항 방파제 낚시데크는 또 다시 시끄러워졌다. 도다리가 올라오자 너도 나도 구경을 왔다. 4월 도다리는 제법 사이즈가 컸다. 역시 서해안 방파제 중에서 낚시 잘되는 곳이 맞네.
여전히 하늘이 맑다. 햇살은 바다 속 깊은 곳까지 이르렀고 우럭과 놀래미들은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또 한 친구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면서 부러워했다. 친구의 과감함과 용기있는 결단력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어린 우럭들도 언젠가는 나도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갈거야 하면서 꿈을 키워갔다. 4월 홍원항 방파제 낚시데크는 오늘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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