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찬바람 눈보라 한참이더니 주말을 맞아 간만에 온도가 영상으로 올랐다. 낚시대 가방 들추어 메고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방파제로 워킹 낚시를 떠났다.
오늘은 물때가 잔잔한 타이밍이다. 만조가 얼마남지 않아서 부랴부랴 도착한 무창포 해수욕장. 멀리 비체팰리스 리조트가 멋을 한껏 뽐내며 서있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낚시하는 사람 있겠지? 엥. 한팀밖에 없네. 다가서 물어보니 어제 밤부터 있었단다. 생각보다 입질이 없었다고. 작은 망둥이 한마리 잡았는데 안쓰러워 도로 놔줬단다. 그의 넓은 마음과 달리 조과통은 비어 있었다.
무창포 방파제는 총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겨울이라 우럭과 같은 락피쉬 보다는 겨울철 1월이니까 도다리 같은 모래 고기 종류를 잡으러 빨간 등대로 왔다. 워킹 낚시라 방파제가 제맛이다. 내 예상이 맞아주기를 바라면서 방파제로 진입한다.
먼저 와 계시는 조사님과 같은 방향에서 할까 하다가 바람을 등지고 하는게 낮겠다 싶어서 빨간등대 방파제 끝부분까지 이동하기로 하고 걸었다. 주섬주섬 장비를 세팅하고 두 대를 캐스팅했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작은 파도 소리. 멀리 날으는 갈매기 울음 소리. 어항을 나서는 어선의 힘찬 엔진 소리. 이 소리를 듣고 싶어 무창포에 왔다. 한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대물 챔질 후 릴링할때의 힘겨운 소리도 듣고 싶은데 말이다.
그 사이 한분이 더 오셨네. 화이팅 하세요.
30분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캐스팅 해놓은 곳에서 5미터를 당겨놓아 보았다. 역시 조용하네. 서해안 겨울철 1월이지만 도다리 나올때가 됐는데. 조용하네. 장소를 옮기자. 빨간 등대 가까이 전진 앞으로. 하나는 멀리 바다를 보고 던졌고 하나는 방파제 바로 밑 바위 근처에 던져 놓았다. 뭐가 도움될지 모른다. 물고 안물고는 고기 마음이지 않은가.
만조가 다가오는데 아무 입질이 없다면 문제가 있는데? 중날물까지 기다려보자. 방파제 찾은 워킹 낚시꾼이 한시간 입질 없다고 포기하면 그게 어디 낚시꾼인가.
입질도 없는데 화장실이나 다녀오자. 오는 길에 커피도 한잔 사오고. 방파제 입구에 수산시장이 있고 그 앞에 화장실이 있다. 엥? 동파되어서 폐쇄했단다. 이런.
250 미터정도 걸어가면 1번 화장실이 있다. 먼거리 아니어서 좀 걸을겸 다녀왔다. 오는 길에 수산시장 화장실 앞에서 어린 여자 아이가 화장실 잠겼다고 아빠에게 말하는 걸 듣고 1번 화장실을 알려줬다. 착한 일 한가지 ^^
해변을 1분정도 걷다가 이렇게 생긴 커피숍 옆길로 들어가면 된다.
1번 화장실 옆 GS25에서 커피 한잔 뽑아왔다. 겨울 바람 등지고 모자 푹 둘러쓰고 홀짝홀짝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잔이란. 뭔 맛이냐구? 마셔보면 알쥐.
카페인 보충하고 나니 낚시대가 보였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변화가 있었나? 낚시대를 들어올려 봤다. 어쭈. 입질을 했네. 1번과 3번 바늘이 홀랑 도둑 맞았다. 방파제 바로 앞 바위 근처에 던져놓은 것이 효과가 있었나 봐.
부푼 꿈을 안고 다시 방파제 바로 앞 바위 지형에 투척. 슬슬 맛있는 냄새 풍겨주마. 바위 속에 꼭꼭 숨어 있는 얘들아. 점심시간이다. 어여 오너라.
한참을 지나도 조용하네. 점심시간인데 다 어디갔지? 나는 초코파이 하나로 점심 떼우고 있는데 너희들은 어디서 뭐하니? 바람도 잔잔하고 물살도 잔잔한데. 초리대 끝도 잔잔하네. 여기도 아닌가보다. 다시 10보 전진 앞으로... 방파제 끝까지 이동해서 물고랑 사이에 던져본다. 배 지나가면 얼른 뒤로 빼야지 ^^
겨울 낚시는 이렇게 혼자와의 대화, 드넓은 바다와의 대화, 바위 속 숨어 있는 고기들과의 대화로 심심할 틈이 없다.
마주보고 있는 흰등대 방파제에도 손님들이 찾아왔다. 원투 손님과 구멍치기 손님이다. 그리고 내 낚시대에도 손님이 찾아왔다. 반갑다 불가사리. 심심하던 차에 찾아와준 손님이 젤 반갑다. 이 녀석을 차가운 물속으로 던져버리자니 추워할 거 같고 그렇다고 밖에 꺼내놓자니 바람에 추워할 거 같고.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들이 있는 고향으로 보내줬다.
무창포 방파제는 경치가 참 좋다. 노을이라도 지면 나도 모르게 맥주 한 캔 하고 싶을 정도니까. 특히 밤낚시할 때 경치가 아름답다. 해수욕장 옆이라 볼거리가 있다.
자고로 낚시꾼은 고기를 못잡았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한겨울 햇빛 아래 워킹 낚시하면서 무창포 좋은 경치 구경했고, 고기랑 바다랑 많은 대화 나눴구, 시원한 바람 쏘였다는 것에 만족한다.
무창포 방파제 입구에 있는 수산시장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이대로 집에 돌아가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 것이냐. 싱싱한 회 한접시에 소주 한 잔 할것이냐. 이건 뭐 고민할 틈도 없다. 겨울엔 대방어 아니더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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