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벼르고 벼르다 훌쩍 떠난 여수. 여행은 그렇게 훌쩍 떠나면 되는 것을 왜 그리 뜸을 들였는지. KTX타고 여수엑스포역에서 내려서 그렇게 뚜벅이 여행이 시작된다.
여수 가면 돌산대교에 석양을 봐야 한다. 맥주 한 캔 들고 앉아 석양을 보노라면 더 물어볼 것이 없다. 이런게 여행이지. 맥주 한 잔 하면서 바라보는 여수 밤바다. 뚜벅이는 먹어도 된다. 운전할 거 아니니까.
여수는 온 천지가 낚시터 인가 보다. 향일암 버스 기다리다가 시간이 남아서 돌산대교 밑으로 내려 갔더니 방파제 낚시를 즐기고 계시네. 여수 방파제 낚시가 유명하다더니 빈 말이 아닌가 봐.
여수 돌산대교를 밑에서 볼 기회가 없는데 방파제 낚시 구경하러 왔다가 좋은 경치 본다. 이런게 낚시가 주는 힐링이지. 내가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수의 밤이 시작되면 나그네는 흥분되기 시작한다.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여행길에 오른 것을 잘했다고 느낀다. 이때 필요한 건 뭐다? 캔 맥주 하나. ^^
이순신 광장에 이르러 하릴없이 어슬렁 거리는데 데크에서 낚시하시는 조사님들이 보인다. 천하의 낚시꾼이 그냥 지나칠쏘냐. 다가가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으매? 조사님 옆으로 다가간지 겨우 1분이나 됐을까? 조사님이 낚시대 챔질을 하시더니 릴링을 한다. 초리대 휘는거 봐. 뭔가 물었구나. 그의 진지한 눈빛과 긴장한 어깨. 그리고 릴을 감는 자세가 경건하다.
와우. 붕장어다. 요녀석 엄청 흔들어 댄다. 어서와. 물 밖은 처음이지? 조사님도 구경하던 낚시꾼도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환호성으로 붕장어의 물밖 나들이를 축하해 주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리고 다시 캐스팅을 했다. 물살 흐르는 대로 추가 흐르도록 두는 거 같다. 어쩌면 그게 맞는 거지. 일부러 무게 있는 추를 쓸 필요가 있을까. 미끼가 움직여야 고기들도 흥분하겠지. 그치?
뭐야. 5분도 안되었는데 또 한 녀석이 올라왔다. 아까 녀석이 물밖으로 구경 가는 게 부러웠었나. 금새 따라 왔네. 너도 어서와라. 반겨주는 환호성이 맘에 들려나 몰러.
고개들어 살펴보니 여기저기 조사님들이 많이 계시네. 이 곳이 붕장어 놀이터인가 보다. 여기 저기서 낚아 올리시는 모습이 보인다. 으메. 부러워라. 나도 낚시대 가져올걸. 슈퍼에서 빌려서라도 손맛 볼까 하다가 간신히 참는다. 내 목적은 낚시가 아니라 여수 밤바다 힐링 산책이니까.
또? 아니 저 조사님은 5분 간격으로 계속 한마리씩 잡으시네. 은둔 고수. 실력자다. 그러면 물어봐야지. 당췌 어떤 미끼를 쓰는지 궁금하다. '사장님. 미끼 뭐 쓰세요?' "고등어요."
"지렁이 아니구요?" 웃으시던 조사님께서 나를 보며 일침을 날리신다. "염장 고등어 쓰세요. 일타일피 입니다.' 그렇구나. 흔한 지렁이가 아니다. 미끼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낚시꾼에게는 미끼를 준비하는 과정도 정성이라는 걸. 아니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걸.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발길을 돌려 이순신 광장으로 간다. 거북선 타고 나가서 붕장어 놀이터에 낚시대 던져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다시 여수 올때는 붕장어 낚시 준비해서 와야지.
거북선이 자리한 이순신 광장은 여전히 평화롭다. 수많은 여행자가 들러서 즐기고 웃고 힐링을 하는 곳. 여수 밤바다는 그래서 아름답고 여유로운가 보다. 그 와중에 붕장어까지 여수 밤바다를 즐기고 있으니 더이상 뭘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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