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가볼만 한 곳. 뚜벅이 힐링 여행. 광덕사를 가다
광덕산은 천안에서 거의 끝자락인 광덕면과 아산의 송악면 사이에 있다. 도심에 먼 만큼 공기 좋고 산세 좋으면 힐링하기 딱 좋은 곳이다. 10월이 한참일 무렵 광덕사를 뚜벅이 여행삼아 다녀왔다.
뚜벅이가 여행하는 법이다. 천안역이나 천안 중앙시장에서 600번 버스를 타면 그 종점이 광덕사이다. 간혹 601번이나 603번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광덕사 가는 것이니 타면 된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광덕사 입구로 들어가면 그다지 얼마 가지도 않아 바로 광덕사를 만나게 된다. 초입부터 일주문과 다른 암자들이 있어서 여기저기 둘러볼만 하다.
입구는 계단으로 되어 있다. 계단을 몇개 오르다 보면 바로 대웅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잠깐의 순간이 장관이다.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최대한 그 순간을 음미해보는 것이 좋다.
대웅전 앞에는 광덕사 3층 석탑이 있다. 안내문에는 통일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본래 탑이라는 것은 부처님 사리나 유물을 모시기 위하여 만드는 것이다. 천천히 탑을 돌아보는데 따사로운 햇볕이 간지러운지 그림자가 나를 따라온다.
대웅전에는 세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오래된 절이라서 불상도 오래되었을 것이라 추측했는데 나름 깨끗해 보였다. 그 오랜 시간을 저 자세로 앉아계시려면 얼마나 힘드실꼬. 어쩌면 저 자세가 오랜 시간을 수행하기에는 가장 편안한 자세일까?
죽은 이들을 기리는 명부전이다. 나도 언제가는 죽게 될터인데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해줄까? 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죽은 이후 아무도 나를 기억해 주지 않는다면 좀 서글플 거 같다. 그러므로 인생 사는 동안 짝꿍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나의 숙제일 터.
특히 오래된 사찰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봐도 좋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이 있다. 둘러쌓인 산세도 웅장하지만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들리는 풍경 소리도 사람을 힐링하게 만들어 준다.
범종각의 종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저 종을 칠때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종소리가 멀리 은은하게 퍼지도록 설계했을 것인데 그 소리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것이겠지. 부처님의 설법을 대신하는 종 소리? 아니면 어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소리?
선화루 앞에는 초를 봉양하는 곳이 있다. 천주교 가면 성모상 아래에 그리고 사찰에 오면 법당 앞이나 돌부처 앞에 초를 봉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을 많이 봤다. 무엇을 빌면서 초를 바칠까? 지극정성이면 감천이라는데 나는 무엇인가를 위해 지극정성으로 빌어본 적이 있었나.
광덕사는 호두나무로 유명하다. 중국 원나라에서 호두를 처음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찌 되었든 이곳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서 맛있는 호두과자로 재탄생한 호두가 기특하다. 광덕사를 나오면서 멋드러지게 큰 호두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저렇게 웅장해지는 것이라면 나도 나이먹고 싶다.